[비바 2080 시론] 확대되는 대-중기 연봉 격차, 해결책은 경쟁력 제고와 상생 뿐

조진래 기자 2023-12-14 08:17:21

국내 중소기업과 대기업 근로자 간 2배가 넘는 임금격차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임금과 복지라는 점에서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운 난제지만, 매년 제자리 걸음을 하는 중소기업 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씁쓸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20일∼11월 1일 청년 구직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년 구직자들은 월 급여로 평균 323만 8000원을 희망했다. 30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이 40.7%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연봉 기준으로 3600만~4800만 원 대로 임금 중위권 대기업의 초봉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얼추 비슷한 수준이었다.

월 급여 400만 원 이상 희망자는 20.9%로 조사되었는데 아무래도 최종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가 높은 응답률(39.1%)을 보였다. 이들이 희망하는 월 급여는 평균 366만 2000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4400만 원 안팎이다. 구직자들의 직업 선택 기준으로 첫 손 꼽히는 것이 급여 수준이라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연봉수준은 아닌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 탓에 좀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격차가 해소될, 아니 좁혀질 여지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영리기업 중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세전 월 266만 원으로 월 563만 원인 대기업의 47.2%에 그쳤다. 

이 격차는 2016년 44.7%에서 2020년 49.0%로 정점을 찍을 때까지 줄곳 벌어지다가 2021년에 47.2%로 다소 좁혀진 정도다. 그렇지만 연령과 경험이 더해질수록 그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다는 것이 또 문제다. 중소기업의 20∼24세 근로자 월 평균 소득은 157만 원으로 동일 연령 대기업 근로자의 73.0%지만 50∼54세 구간에서는 39.3%까지 뚝 떨어졌다. 

이러니 누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려 하겠는가. 대기업 입사 경쟁은 상대적으로 더욱 치열해지니 취업 n수생들이 꾸준히 늘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라 지금 같은 임금 격차가 지속된다면 중소기업 만성 인력난-대기업 구직자 포화라는 현실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중소기업 사업주부터 적정 수준을 지급하고 임금과 작업 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요구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정부와 거래 대기업의 시장친화적이고 합리적인 지원이 해답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소기업에 ‘선의의 지원’을 할 수는 없다. 정부는 가능성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세제와 자금 지원 기준을 촘촘히 다시 세워 적정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도 하청 중소기업들에 대한 남다른 배려가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줄 중장기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의 현장 인력 재구성 방안도 이 참에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말 뿐인 이민 제도를 조속히 활성화해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이들을 적극 활용하면 다른 종업원들의 임금 인상 여지가 커지지 않을까 싶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근간임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모두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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