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늙자’ 슬로우 에이징 테크 ⑤ 구강 노쇠가 전신 노쇠로 이어진다

이의현 기자 2023-12-20 07:47:11


나이가 들면 신체 모든 기관의 기능이 떨어진다. 입 안도 예외가 아니다. 면역기능이 떨어져 세균 등 미생물 감염에 취약해지고 재생기능도 떨어져 회복이 쉽지 않다. 구강합병증 등으로 인해 치질이 약해져 부러지기 쉽고, 잇몸병(치주염)이나 충치로 이를 빼야 하는 수도 있다. 잘 씹기가 힘들어지면서 영양 결핍과 체력 저하로 이어져 각종 전신질환으로 확대될 위험도 있다.

대한노년치의학회는 음식을 잘게 씹는 ‘저작’ 기능 저하, 음식물 씹는 힘의 감소, 구강 건조, 혀 근력 저하, 음식물 삼킴 장애, 기력 저하에 따른 입 안 청결능력 유지 감소 등 6개 항목 가운데 2개 이상이 해당되면 ‘구강노쇠’라고 진단한다. 이를 내버려두면 전신 노쇠를 가속화시켜 각종 질병 이환률이나 장기 요양률, 사망률을 높인다고 말한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임상과장·임플란트 센터장은 “실제로 각종 연구를 보면 치아 수가 적어서 음식물을 잘 씹지 못하는 사람은 노쇠 비율이 약 2.7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이가 없다면 보철치료를 적극적으로 해 씹는 기능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나이 들면 입 안도 변한다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분비되는 침의 양이 줄면서 입 안이 건조해진다. 특히 고혈압약이나 항 우울제, 안정제, 치매 약, 기관지확장제,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물을 장기복용할 경우 그렇다. 구강건조와 안구 건조를 유발하는 자가면역질환(쇼그렌 증후군)이나 당뇨병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목과 얼굴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침샘 세포가 줄어 심각한 구강 건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침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면 입 안이 텁텁하거나 구취가 나고, 입술과 혀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해 발음이 새기도 한다. 또 음식 맛을 잘 느낄 수 없고 음식물이 입 안에 달라붙어 삼키기 힘든 경우도 생긴다. 무엇보다 치아우식증(충치)가 잘 생긴다. 식사 후에 깨끗이 칫솔로 닦고 평소에는 물로 자주 입 안을 행구는 것이 좋다. 간식으로는 과자 대신 과일이나 생채소를 잘게 잘라 먹는 것도 충치 예방에 좋다. 침 분비를 억제하는 술이나 담배는 당연히 피하는 것이 좋다. 

잇몸 병이나 곰팡이 균 감염으로 인한 ‘캔디다 감염’도 주의해야 한다. 입안이 화끈거리고 불에 댄 듯이 아픈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를 ‘구강작열감증후군’이라고 한다. 맵고 짠 음식 등이 닿으면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여성에게 자주 나타나는데 당뇨병이나 영양부족, 빈혈, 우울증이 있을 때도 빈발한다.

이 사이에 음식물이 많이 끼게 되면 이가 닳거나 깨지면서 이 사이로 음식물이 파고 들어가거나 잇몸 병으로 이 사이에 잇몸이 없어진 공간에 음식물이 쌓인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충치로 발전할 수 있으니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반드시 입 속의 남은 음식물을 제거해야 한다. 일반 칫솔 외에도 치간 칫솔이나 치실을 사용하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 사이를 습관적으로 쑤시는 것은 잇몸에 해로우니 삼가는 것이 좋다. 평소 잇몸 관리도 필수다.

이가 시린 경우도 있다. 잇몸 병이 있거나 잘못된 칫솔질 습관으로 이 뿌리가 드러나거나 이 표면이 많이 파인 부위에서 자주 통증이 느껴진다. 찬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씹을 때 시큰거리고 이가 잘 부러지는 경우도 생긴다. 증상이 심하면 치아 전체를 씌우거나(크라운) 신경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증상 완화 정도에 그치는 것이니 평소 주의하는 게 우선이다.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이가 흔들리는 만성 치주염은 구강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이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염증으로 잇몸 뼈가 녹아 이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고 단단한 음식을 씹기가 더 힘들어진다. 건강한 잇몸을 유지하려면 스켈링(치식제거술)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입 안이 자주 헐고 아픈 경우도 많다.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바이러스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잇몸과 입 안 점막이 벗겨지는 자가면역질환 병소도 자주 나타난다. 특히 여성에게 많은데, 약물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입 안에 흰 선들이 그물처럼 얽힌 형태로 나타나거나 표면이 헐어서 자국적인 음식이나 치약이 닿아도 쓰라린 통증이 나타난다. 혹은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으니 정기적인 관찰 및 치료가 중요하다.  

◇ 임플란트, 제대로 알고 하자
임플란트를 잘못 사용해 고생하는 사례들도 많다. 임플란트는 충치가 생기지 않고 시린 증상이 없어 좋지만, 음식의 씹는 맛을 느낄 수 없다. 신경조직이 없어 과도한 힘을 받거나 잇몸 뼈가 약할 경우 뒤늦게 망가진 것을 확인하기도 한다. 임플란트를 둘러싼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자연치아보다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원경 센터장은 “이가 약하다고 무작정 이를 뽑고 임플란트 치료를 받기 보다는, 자기 치아를 잘 관리해 약하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하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무조건 빨리 임플란트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으로 혈전방지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수술 후 지혈이 잘 안돼 고생할 수 있으니 치료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최근에는 골다공증 약이나 주사를 맞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약 중에는 장기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을 경우 치아를 빼거나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후 상처가 아물리 않고 잇몸 뼈가 괴사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반드시 치료 전에 치과의사에게 골다공증 치료를 받는다고 말해야 한다.

임플란트가 실패하는 경우는 임플란트에 과도한 힘이 장시간 주어져 임플란트가 빠지거나 임플란트와 보철물이 부러지는 경우, 그리고 잇몸 염증으로 잇몸 뼈가 많이 없어져 임플란트를 제거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스프린트 같은 보호장치를 끼고 자거나 주기적으로 보톡스 주사를 저작근육에 맞는 것이 도움 된다. 다만, 그 효과는 4~6개월 정도라고 한다. 후자는 담배나 혈당 상승이 원인일 수 있으니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치료 관리를 받는 것이 염증 치료에 최선이다. 

◇ 건강한 입안을 유지하려면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충치와 잇몸 병에 주의하고 구강을 관리하는 것이 나이 들어 고생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식사 후와 자기 전에 구석구석 칫솟질을 하는 것이 필수다. 세게 옆으로 문질러 이를 닦는 습관은 좋지 않다고 한다. 이 뿌리가 드러나거나 표면이 많이 닳기 때문이다. 불소 치약과 양치용액이 효과적이며,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불소도포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물로 입 안을 자주 행구는 습관도 필요하다. 특히 탄산음료나 과당 음료를 마신 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김 센터장은 “구강에 나쁜 습관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찾아 개선하는 노력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자주 악물거나 한쪽으로 씹거나 손톱이나 특정 물건을 물어뜯는 습관 등은 고쳐야 한다.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위 아래 어금니가 서로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스켈링과 구강 검진은 주기적으로 꾸준히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장기간 흡연은 치주염 진행과 재발을 촉진하고 구강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니 금해야 한다. 흡연자의 경우 임플란트 치료 후 실패율도 매우 높다고 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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