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늙자’ 슬로우 에이징 테크 ⑦ 식단만 바꿔도 젊어진다

이의현 기자 2023-12-27 07:42:25


‘영양실조 없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개념이 있다. 영양소 부족 없이 식사량을 평소보다 20~40% 가량 줄이는 식단 조절법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산화적 스트레스’가 줄어 노화나 당뇨, 고혈압 같은 질환이 억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무조건 에너지 섭취를 제한해 전체적인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면 근육량 간소와 골다공증 증가 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면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 섭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영양관리로 젊음을 유지해야
나이가 들수록 체내에서 ‘갈변’이 나타난다. 이를 느리게, 즉 ‘혈당 스파이크’라는 높은 혈당 변동성을 방어하면 노화가 늦춰진다. 과식으로 인한 산화적 스트레스와 당화 반응의 조합은 염증 반응을 일으켜 당뇨와 뇌졸중, 심장질환, 간 질환, 비만, 암 등을 포함한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과잉된 포도당에 의한 당화 반응으로 우리 몸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어 당류를 간이나 근육, 지압세포에 저장하게 된다. 이 때 만성적으로 늘어난 인슐린은 비만이나 2형 당뇨병 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유지하고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는 식습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채소와 과일은 항산화 비타민과 여러 종류의 파이토케미컬(건강에 도움 주는 생리활성을 가진 식물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항산화 식품이다. 이는 세포의 산화와 손상을 줄여주고 암세포의 성장과 노화를 지연시키며, 면역기능을 증가시키고 해독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화 지방산 섭취가 늘면 비만과 동맥경화, 놔 심혈관 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우리 몸에 유익한 ‘착한 지방’에는 불포화지방산이 주로 함유되어 있다. 식물성 기름, 견과류, 씨앗류와 같은 식물성 식품과 연어나 고등어 같은 생선에 많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을 섭취하면 항혈전과 항염증 작용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뇌 기능의 발달과 유지에도 좋다. 

근육의 양과 강도는 30세에 최고점을 찍고 40~50대 이후부터는 감소한다. 근육 강도가 근육량에 비해 2배 정도 많이 감소하며, 70세 이후가 되면 둘 다 2배씩 빨리 줄어든다. 강신숙 임상영양사는 “골격근의 20% 정도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 근 감소를 예방하려면 음식을 통한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라고 말한다.

그는 “하루 90g 단백질을 매 끼마다 30g씩 나눠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름이 적은 살코기나 해산물, 생선, 계란, 요거트와 함께 비타민 C, 마그네슘 같은 항산화 영양소도 근육량과 근력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전한다.

‘장내 미생물’도 중요하다. 우리 대장에 수백 종이 존재하며 대변량의 35~50%를 차지하는데, 노화에 따른 면역기능 저하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강 영양사는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유지하려면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일상 식생활에서 채소, 과일. 통곡물 등의 섭취를 통해 식이섬유소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장내 유익균의 성장이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건강한 노화를 위해 식생활 관리가 ‘필수’
자신에게 필요한 하루 식사량을 정하려면 우선 자신의 키에 맞는 표준 체중(건강 체중)과 비만도, 활동량을 알아야 한다. 표준 체중은 남자의 경우 키(m)×키×22, 여자는 키×키×21로 계산한다. 비만도는 체질량 지수(BMI)로 표시되는데, 체중(kg)÷키(m)÷키로 계산한다. 18.5에서 22.9까지를 정상으로 본다. 그 이하면 저체중, 23.0을 넘어서면 비만 전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보고 25.0을 넘기면서부터 비만 단계로 본다. 

건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에너지를 구하는 방식이 있다.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하루 섭취 에너지를 말한다. 현재 체중(kg)에 활동 및 비만도에 따른 체중당 에너지(kcal/kg)를 곱해 계산한다. 건강한 성인이 식후 근육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려면 체중 1kg당 0.4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매 끼니마다 25~30g을 일정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근육단백질 합성을 위한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 당 1.20g이다. 75kg의 체중이면 하루 90g의 단백질은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 영양사는 “고기 100g, 생선 120g, 계란 2.5개, 두부 200g 중 한 가지는 꼭 섭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장수하는 사람들은 고기 주 1회, 생선은 주 3회, 콩이나 두부류는 매일, 계란은 주 3개를 섭취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건강한 지방을 섭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착한 지방인 불포화지방산은 크게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으로 나뉜다. 우리 몸의 세포막을 형성하며 뇌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 체내에서 합성이 어려워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꽁치 고등어 연어 등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에 많다.

오메가-6 지방산은 해바라기씨유, 콩기름, 옥수수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에 풍부하다. 가정에서 많이 쓰는 들기름은 약 50%가 넘는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다.

반대로 나쁜 지방은 실온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을 들 수 있다. 포화지방은 유제품과 육류제품 등 동물성 식품에 많다. 총콜레스테롤과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저밀도(LDL)콜로스테롤을 증가시킨다. 트랜스 지방산은 주로 튀김, 구운 제품, 가공 식품에 많다. 

◇ 건강한 지방 섭취를 위한 네 가지 수칙
강 영영사는 건강한 지방 섭취를 위한 네 가지 수칙을 제시한다. 첫째, 고기는 살코기로 선택하고, 등푸른생선을 주 3회 이상 섭취한다. 둘째, 마가린이나 버터보다는 식물성 기름을 적당히 사용한다. 셋째, 간식으로 도넛이나 과자류보다는 견과류를 하루 한 줌 섭취한다. 넷째,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 식물성 기름을 매끼 1찻술 미만으로 섭취한다.

하루 5색 이상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챙겨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우리가 섭취한 밥과 반찬의 영양소가 효과적으로 사용되도록 돕는다. 빨간색 채소와 과일은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이라는 파이로케미컬과 함께 비타민 C와 염산이 함유되어 있다.

녹색 채소에는 클로로필, 루테인이라는 파이토케미컬, 염산과 비타민 K, 지방산,  칼륨이 많다. 보라 및 검정 채소와 과일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파이로케미컬이 세포손상을 막아 노화 예방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 준다. 흰 색 과일과 채소에는 안토잔틴이라는 파이로케미컬이 함유되어 콜로스테롤 감소와 심장 건강에 좋다.

우리나라는 만성 질환 예방 관리를 위한 과일과 채소 권고 섭취 기준을 1일 500g으로 정해두고 있다. 하루에 과일 주먹크기로 1개, 매끼 2접시의 채소를 하루 5색에 맞춰 구성하면 건강과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 영양사는 말한다.

발효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김치류를 비롯해 채소 절임류, 된장이나 청국장, 치즈나 요거트 등이 대표적이다.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이 증식되면 원재료가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분해되고 장 속에서 유해균이 생기지 않도록 억제한다. 

◇ 혈당 스파이크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완만한 혈당 곡선을 유지하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영양사는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기 위해 장에서 포도당의 흡수를 천천히 하도록 유도하는 식사 순서를 소개한다. 채소-단백질 식품(고기 생선 계란 두부류) 또는 지방식품-탄수화물 식품(밥 빵 면류)의 순서대로 먹으라는 것이다. 

소화와 흡수되는 속도가 느린 것부터 먼저 섭취해 장으로 도달하는 속도를 늦춰주는 원리다. 혈당 곡선이 완만해지고 췌장은 인슐린을 덜 생산하고, 줄어든 인슐린은 우리 몸을 더 빠르게 지방연소 모드로 전환하는 것을 도와 체중 감량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식사가 끝나면 10~20분 정도 운동을 해서 혈당 스파이크가 정점에 이르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식사 후 혈당이 정점을 찍을 때 가만히 있으면 세포에 포도당이 많아지고 염증이 증가한다. 과잉된 포도당은 간이나 근육, 그리고 지방에 저장이 된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과잉된 포도당을 태우는 반응이 우리 몸에 일어난다.

강 영양사는 “하루에 30가지 이상의 식품을 섭취할 때 필요한 40가지 영양소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골고루 먹으면 우리 몸 곳곳에 영양소가 전달되어 다양하게 일을 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서 노화를 이루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는 “균형 잡힌 식사란 곡류와 고기, 생선류, 유지류, 채소와 과일, 우유와 유제품으로 구분된 6가지 식품군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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