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특별한 병이 없어도 남성은 전립선비대증 때문에 소변이 잘 안나는 증상이 생기고, 여성은 요실금 증상이 생기기 일쑤다. 남녀 모두 변비가 심해지는 것도 공통적이다.
변비의 유병률은 60대가 20대보다 3배 정도 높고, 70대가 되면 20대의 5배 이상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남 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변비는 나이 들면 되돌릴 수 없는 기능 저하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젊을 때부터 예방적인 관리가 필수”라고 말한다.
◇ 노화와 변비의 관계 나이가 들면 위장관의 기능이 떨어지고 대사와 함께 식사량과 활동량도 감소해 변비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노년의 다양한 질환과 그에 따라 복용하는 약물의 증가 등으로 인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대장암의 발생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다양한 질환이 변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힘들게 변을 보면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변비로 인해 발생하는 항문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병이 많고, 드물게는 변비가 갑자기 악화되어 생명이 위험한 상황까지 빠지는 수도 있다.
노인에게 변비가 쉽게 생기는 이렇게 전반적인 신체 활동 감소와 식욕 감퇴, 치아 건강 이상으로 인한 부적절한 식이, 수분 섭취의 감소, 여러 원인으로 인한 우울증, 고혈압과 당뇨, 기타 질환에 대한 약물 복용, 신경과 근육 질환, 직장 감각의 저하 및 직장 배출 기전의 이상 등으로 다양하다. 참고로 하루에 소장에서 대장으로 넘어가는 장 내용물은 약 2000㎖이다. 그런데 대장을 거쳐 항문으로 배출되는 배변량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대장의 수분 재흡수 능력이 전체 부피의 90% 이상으로 높다는 것이다.
윤상남 교수는 “변비의 진단 기준은 배변 횟수만이 아니다”라며 4회의 배변 중 다음과 같은 증상이 두 가지 이상이면 변비로 진단된다고 말한다. 즉, 배변시 과도한 힘주기, 단단한 대변, 배변 후 잔변감, 배변시 항문 폐쇄감, 배변을 돕기 위한 수조작 필요성 등이 각각 전체 배변횟수의 4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다. 아울러 주당 3회 미만의 배변이어도 변비 증상으로 판단된다.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대장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배변은 높은 수분 재흡수 능력에 의해 수분이 빠지면서 딱딱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대장에 숙변이 쌓이고 만성적인 변비 증상이 나타난다. 부가적 원인으로는 고혈압과 당뇨, 갑상선 이상, 심장질환 등의 만성질환과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뇌졸중 등의 신경계 질환, 그리고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과적 질환이 있다.
◇ 변비에 꼭 챙겨야 할 식이섬유 진통제나 혈압약, 정신과 약, 제산제, 칼슘 및 철분 보충제, 이뇨제 등을 장기 복용해도 변비가 생기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이 좋다. 해조류와 콩류, 채소류, 종실류, 과일류, 곡류가 대표적이다. 해조류인 다시마와 미역, 김 등에도 많다. 콩류 중에는 강낭콩, 채소류에서는 쑥, 종실류에서는 들깨, 과일류 중에는 대추, 곡류 중에는 보리에 가장 많다.
윤 교수는 밥은 콩밥으로 해 먹고, 미역국을 자주 끓여먹고, 끼니마다 김을 꺼내 먹도록 할 것을 권한다. 고기를 먹을 때 채소류나 다시마를 쌈을 싸 먹고, 견과류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챙겨 먹으라고 권한다. 대한소화기능성운동학회는 식이섬유의 하루 섭취 권장량을 20~25g으로 권고한다. 귤 100개, 사과 20개, 토마토 10개, 그리고 보통 접시 크기의 배추김치 50접시, 콩나물무침 50접시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음식 섭취로는 부족하기에 식이섬유 보조제를 포함한 약물 요법이 권장된다.
신체가 분해할 수 없는 저항성 전분을 장내 유익균이 분해할 때 생성되는 포화지방산의 90~95%를 부티르산, 아세트산, 그리고 프로피온산이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부티르산은 대장 세포의 총 에너지 요구량의 약 70%를 공급해 준다. 버터나 버터기름, 우유, 기타 유제품에 많다. 하지만 저항성 전분을 장내 유익균이 분해하면서 생성되는 양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식이섬유 중 저항성 전분이 많은 식재료로는 마늘 양파 아스파라거스 아티초크 감자 바나나 사과 살구 당근 귀리 그리고 겨 등이 있다. 장에서 생성되는 부티르산의 양을 증가시키는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리면 대장암의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는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다고 한다. 부티르산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제2 당뇨병에 도움이 되고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의 동물 연구결과들도 있다.
◇ 변비 증상들 변비는 노인 인구의 24~40%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노화는 결장의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가져와 배변의 기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화에 따라 대장의 팽창도가 감소하고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장에 가득 찬 숙변 때문에 배가 아프거나(복통) 불편한 증상(복부 불편감)이 간헐적으로 생길 수 있다. 배에 가스가 차 부글거리고 냄새가 심한 방귀가 자주 나오면서 복부 팽만감을 느낄 수 있다. 만성 피로감이 올 수도 있고, 요통과 두통을 포함한 온 몸의 근육통이 따르기도 한다. 불안감 때문에 우울하거나 불안한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변비로 인해 직간접으로 발생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흔한 것이 항문 질환이다. 정맥이 울혈되는 ‘치핵’과 항문관의 피부나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 있다. 여성은 변비가 오래되면 항문 바로 위의 직장이 압력 상승으로 인해 질 쪽으로 주머니처럼 늘어나는 ‘직장류’가 있다. 마찬가지로 숙변의 압력으로 인해 좌측 대장 벽의 일부가 얇아지면서 꽈리 모양으로 튀어 나오는 ‘게실’이 생길 수도 있다.
변비가 심해지면 ‘분변 매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장 내부의 압력이 대장 벽으로 유입되는 혈류의 압력보다 높아져 대장 벽에 혈류 유입이 줄어 허혈성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대장에 구멍이 나서 터지는 숙변성 대장염 또는 대장 천공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변비로 인한 간접적인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서혜부 탈장과 여러 복벽 탈장이 있다. 만성적인 복압 상승이 원인이다. 윤 교수는 “결국 변비는 오래 방치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 변비 약물 요법 만성 변비에 사용하는 약물에는 부피형성 완하제, 삼투성 완하제, 자극성 완하제, 그리고 대장운동항진제 등이 있다. 변비 치료의 기본이 되는 부피형성 완하제는 합성제와 차전자피를 재료로 하는 식이섬유 보조제와 합성 팽창성 하제들이 있다. 배변의 양과 횟수를 증가시켜 주고 대변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고, 대장 통과시간을 단축시켜 변비 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부피형성 완하제를 복용할 때는 충분한 물을 함께 음용해야 하고, 용량은 서서히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삼투성 완하제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수분을 대장 장관 내에 저류 시켜 배변을 쉽게 도와주는 약이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자극성 완하제는 대장 점막을 자극해 분비물을 많게 해 배변을 촉진시켜 준다. 다만,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남용의 우려가 있다.
변비는 생각보다 흔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해지며, 묽은 변과 변실금 등의 역설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윤 교수는 “변비를 예방하려면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증상이 미미하더라도 방치하면 대장의 기능 자체가 떨어져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갈 수 있으므로, 젊을 때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며 “화장실이 편해야 노후가 편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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