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생계형 창업’이 더 이상 노후 대안이 되지 않길

조진래 기자 2024-01-08 10:42:55

우리나라의 비임금 근로자 비중이 23.5%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7위)이라는 8일 OECD 발표는 다소 충격이다. 일본의 2배, 미국의 4배에 육박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동안 꾸준히 비 임금근로자 비중을 낮추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무엇보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더욱 안타깝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근로자 2809만 명 가운데 비임금 근로자는 659만 명 수준인데, 여기에는 56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들과 함께 그들의 사업장에서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족이나 친척 등 무급 가족종사자 100만 명도 포함된다는 점이 큰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비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것은 이른 은퇴 혹은 퇴직 후 생계형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서 허겁지겁 창업을 한 대부분이 코로나 사태 같은 천재지변에 직격탄을 맞은 음식 및 도소매 기업들이었다. 창업 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이 34%에 그친다는 최근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제대로 준비도 없이 창업에 나섰다가 손해만 입고 정부나 지자체에 지원금을 호소하는 사례가 너무 빈번하다.

결국 해법은 그렇게 창업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창업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라 할 수고 있다. 정부나 지차체가 운영 중인 창업 과정의 문턱을 보다 낮추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창업만 했지 그 전에 필요한 상권 분석이나 세무적 지식 등이 충분치 않았던 것이 조기 폐업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준비된 창업’이 조기 폐업을 막는 길이다.

아울러 혹 창업에 실패했더라도 ‘재기’를 지원해 주는 확실한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른바 ‘쫄딱’ 망하는 폐업이 되지 않도록 폐업 가이드도 충실히 이뤄져야 힐 것이다. 폐업이 잘 되어야 새로운 도전도 가능한 일이다. 과거 사업에 발목 잡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창업가들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정부는 이런 창업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드는 한편으로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스킬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창업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나 전략 없이 무작정 시장에 나서는 사례가 최소화되도록 친절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한계기업이 될 것이 뻔한 창업을 관성대로 지원해 주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창업가를 임금근로자로 전환시켜 주는 것과 같은 특단의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창업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유혹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제대로 된 판단과 평가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정부의 큰 역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 주는 것 만큼이나, 쓰러져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도 지금은 필요한 때다. 더 이상 생계형 창업이 노후 대비의 '유일하고 절박한' 대안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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