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늙자’ 슬로우 에이징 테크 ⑮ 남성 대표 노화질환 '전립선'<끝>

이의현 기자 2024-01-16 07:59:41


전립선 비대증은 대표적인 노화 질환이다. 발기부전 역시 남성 갱년기의 대표 증상이다. 하지만 대다수 장·노년층 남성들은 이러 사실을 숨기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송상훈 서울아산병원 비뇨기의학과 부교수는 “배뇨 장애나 성 기능 장애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즐거운 노년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한다.

◇ 왜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나 
전립선은 ‘방광 앞에 서 있는 기관’이라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소변이 밖으로 배출되는 마지막 신체 부위인 ‘외요도구’에서부터 소변이 흘러나온 길을 거꾸로 올라가면 ‘전부요도’, ‘구부요도’, ‘막양부요도’를 거쳐 전립선을 통과하는 요도를 만나게 된다. 전립선은 해부학적으로 요도를 따라 체내로 침투하는 여러 세균을 막아주는 관문 역할도 한다. 

전립선은 전립선액을 배출하는데,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와 정낭에서 만들어진 정액과 전립선액이 합쳐져 사정액을 형성한다.   전립선액은 정자의 영양분 공급원이자 정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립선은 대략 호두알 크기로 20~30g 정도이며, 질변이 없는 전립선은 부드럽고 탱긍탱글한 촉감을 갖는 장기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후에 가장 흔한 비뇨의학적 질환이다. 남성호르몬 이상과 가장 관련이 깊다.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해 방광의 출구 폐색을 유발함으로써 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막아 여러 하부요로 증상을 일으킨다. 전립성비대증은 40대 남성에서는 5~10% 정도로 비교적 적지만 70~80대 남성에서는 80%가 경험한다.

가장 중요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매년 1~2%씩 혈중 농도가 감소한다. 고환의 레이디히 세포에서 생산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부신에서 생산되는 남성호르몬인 DHEA, 안드로스테네디온, 5α-안드로스테네디온과 함께 혈액 내에 존재한다. 전립선은 사춘기까지는 크게 변화가 없으나 중년이 되면 3차 전립선 증식기가 시작되고 이때부터 노년기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손상훈 교수는 “남성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남성 호르몬을 투약해도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는 최근 연구 보고가 있다”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전립선비대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립선 조직의 ‘염증’과 관련이 있으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으면 항 염증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증상과 진단 및 치료법
전립선비대증 진단은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비대해진 전립선을 진찰하고 IPSS와 같은 설문지와 요속검사 및 잔뇨검사를 통해 증상의 장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IPSS 증상 점수가 8~19점이면 중증도 증상, 20점 이상이면 중증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에 경직장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하면 보다 정확하게 전립선의 형태와 크기를 알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위험인자로는 연령과 혈중 남성호르몬의 존재 등이 있다. 가족력이 있어서 아버지와 형제가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이환될 확률이 4.21배가 높다. 비만과 대사증후군은 전립선비대증 발생과 연관성이 높다. 손 교수는 “대사증후군에 의해 성호르몬 농도나 성호르몬 결합 글로블린 농도의 변화가 일어나 전립선비대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증상은 크게 배뇨증상과 저장증상으로 구분된다. 배뇨 증상은 배뇨 출구 폐색에 의한 증상들이고, 저장증상은 2차적인 방광기능 장애에 의한 것이다. 배뇨증상으로는 소변을 볼 때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요주저, 소변 속도가 줄고 줄기가 끊어지는 간헐뇨, 힘을 줘야 가능한 복합배뇨, 잔뇨감, 배뇨 말미에 요속이 약해지면서 소변이 뚝뚝 떨어지는 배뇨말요점적 등이 있다. 저장 증상으로는 소변을 하루 8번 이상 보는 빈뇨,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절박뇨, 절박요실금, 야뇨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전립선비대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급성요폐나 요로감염, 방광 결석, 혈뇨, 신기능 저하 같은 합병증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있다. 약물치료부터 수술적 치료까지 다양하다. 증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수분이나 음식물 섭취 교정 정도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저녁에 이뇨제 복용 시간을 앞당기는 것만으로도 야뇨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가장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은 ‘쏘팔메토’다. 남성호르몬 억제, 항염증 효과, 세포 사멸효과 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연구에서도 일부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손 교수는 다만 “요속 개선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으며, 제품마다 유효성분의 순도나 함량 등에 질적 차이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약물치료는 전립선의 크기를 감소시키거나 전립선 평활근을 이완시켜 요속과 증상의 개선을 가져온다. 전립선에 분포하는 α1,2 수용제를 차단하는 알파차단제가 가장 일반적인 치료약제다. 기립성저혈압이나 어지럼증, 사정 장애, 동공이완 억제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실데나필, 타다라필, 바데나필 같은 약품들도 최근 사용된다. 이 밖에도 방광 기능 부전으로 인한 방광저장증상의 개선을 위해 항콜린제가 투약되기도 한다.

급성요폐 발생, 지속적인 요로감염, 약물치료 실패, 재발성 혈뇨, 방광결석 동반 등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90% 이상의 전립선비대증 수술이 내시경수술로 진행된다. 다만, 전립선이 너무 크거나 방광 결석이 동반돼 내시경 수술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거나, 방광게실 같이 방광 자체의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경우, 요도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개복 수술이 이뤄진다.

가장 표준적이고 널리 행해지는 전립선비대증 수술 치료법은 ‘경요도내시경하 전립선절제술’이다. 요도내시경을 통해 전립선 조직을 전기소작기를 이용해 깎아내는 수술법이다. 최근에는 전립선종 절제에 Nd-YAG, 홀뮴, 틀리윰 같은 레이저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 발기부전,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좌우된다
40~79세 남성의 32%가 발기부전이라고 한다. 남성 호르몬 분비 저하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에 비례해 증가하며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 증상도 마찬가지다.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은 모두 노화와 관련된 대표적 남성 질환이다. 혈관성 발기부전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을 같이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남성호르몬 저하도 동반한다. 특히 발기부전은 중년 남성의 자존감 저하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뇌 신경 자극이 음경으로 전달되면 음경 해면제 혈관이 확장되고, 여기에 모인 혈액이 음경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아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흔히 ‘발기’라고 한다. 남성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대체로 발기부전 유병률은 심혈관 질환 환자에서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생식선 기능 저하증도 성기능 장애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고혈압과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 외에도 당뇨, 우울증, 음주, 흡연, 골반이나 회음부의 수술이나 손상의 병력, 신경학적 이상, 비만에 골반 방사선 치료 병력이나 페이로니병까지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발기부전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생활습관 개선은 발기 기능을 향상시키고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 속도를 감소시킨다. 금연을 하면 1년 후 환자의 발기 질이 25% 개선된다는 보고도 있다. 체중을 줄이면 발기력 향상이 확인되고, 지중해식 식이와 영양 상담을 통한 식이습관 관리도 발기력 향상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발기부전의 1차 치료제는 경구용 5형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 저해제인 실데나필, 타다나필 같은 약물이 사용된다. 대체로 약물 복용 후 실데나필은 36~76%, 타달라필은 11~47%의 남성이 발기 유발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두통이나 홍조, 소화불량, 코 막힘 같은 부작용도 있다. 타달라필은 요통과 근육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심혈관계 이상이 있는 환자는 심장 기능이 안정될 때 까지 이런 억제제 투약이 금기된다. 손 교수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알파차단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약 복용 후 적어도 4시간 이상은 실데나필 50㎎ 이상의 약물 복용을 금해야 저혈압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체 요법들도 있다. 음경에 음압을 걸어주는 방식의 음압발기 유발기가 대표적이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투약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요법이다. 발기력 유지에는 효과적이지만 음경 감각 저하로 안해 성감이 저하되고 혈액 저류로 인한 음경 부종과 사정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도 있다. 음경 보형물을 음경 해면체에 삽입하는 수술로 만족도가 90%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고 보형물의 기계적 파손이나 결함이 있을 수 있고 감염의 위험도 따른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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