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선의의 서민들에게 '대출 장벽' 낮춰줘야

조진래 기자 2024-01-24 08:39:31

서민들이 점점 더 돈 빌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권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장벽’이 된 지 오래고, 새마을금고 사태로 터진 제2금융권의 ‘대출 봉쇄’로 인해 비싼 금리를 물고도 돈 빌리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고사할 지경이다.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역대 최대 폭으로 대출 잔액이 줄었고, 저축은행 대출도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처음 감소하며 서민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새마을금고의 총대출 잔액은 189조 7331억 원으로, 2022년 12월 말의 201조 6475억 원에 비해 11조 9144억 원이나 줄었다. 매년 플러스 상태를 보이다가 1년 새 무려 6%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거의 1년 내내 대출이 매달 줄었다. 12월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간 감소 폭은 12조 원을 훌쩍 넘어 13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이 연간 기준으로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과 1999년, 그리고 2000년이었지만 1조 원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문제는 지난해 11월까지 가계대출이 5조 9000억 원이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전체 대출 감소액의 절반 가량에 아를 만큼 서민들의 돈줄이 꽁꽁 묶여버렸다는 얘기다. 기업 대출 가운데서도 자영업자들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 서민 대출 감소 폭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래도 새마을금고가 은행권에 비해 이자가 비싸기 때문에 대출에 큰 부담을 가진데다 정부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로 인해 대환대출이 많이 이뤄진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가 대부분 대도시보다 지역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민들의 ‘대출 보리고개’는 당분간 더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에 많은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이 급감해 우려를 낳는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총 대출잔액은 106조 2555억 원으로 지난 2022년 12월 말(115조283억원)에 비해 9조 원 가까이 줄었다. 8% 가까이 줄어 새마을금고보다 더 감소 폭이 더 컸다. 연간 기준으로도 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평균 12조 원 가까이 감소해 서민들을 길거리에 내몰았던 아픈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의 향후 대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 사실은 더 큰 문제다. 두 서민 금융기관은 경기 침체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부실 채권은 끝도 없이 증가하고 고금리에 자금 조달 비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당장은 기업 대출을 줄여 모면하고  있지만 언제 가계 대출을 더 옥죌 것인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서민 경제가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 서민들에게 소득의 길을 열어주는 것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채무에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서민들에게 활로를 찾아주는 길일 것이다. 특히 노년 빈곤이 일성화된 현 상황에서는 노년층 서민 대출 확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조건 유형의 담보부터 요구하는 대출관행을 개선하고 중장기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모럴 헤저드에 빠진 불량 고객을 제외하고는, 이들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을 성실하게 갚아가고 있는 서민 고객들에게는 특단의 선의의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봄 직 하다.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 대출을 더 받아 가게를 일으키려 하는데 기존 대출 때문에 벽에 부딪힌 자영업자들에게는 한 번은 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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