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제대로 된 선진형 건보정책을 만들어야

조진래 기자 2024-02-05 07:58:19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결정 방식을 대폭 개선하고 의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개혁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를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이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의료격차 축소, 필수의료 확대는 물론 효율적인 보험재정 관리가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게 한다.

가장 주목할 것은, 고령화에 대비해 건강보험료율을 법적 상한인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건보료 인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제안한 셈이다. 사실 지난해 7.09%로 7% 장벽이 깨지면서 8% 상한 도달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있었다.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적용될 2028년까지는 현재의 상한선이 유지되겠지만 여타 선진국이 대부분 10%대라는 점에서 이제부터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건보 재정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고 지원 방식과 지원 규모도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재원 고갈을 막기 위해 새로운 재원 발굴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튜브 등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건강보험 수가를 대수술 하기로 한 것도 주목을 끈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의료 행위의 난이도와 시급성, 의료진의 숙련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키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진료의 양보다는 의료의 질과 성과에 따라 달리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도 시장에 건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로 여겨진다. 고강도 업무임에도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의료 행위에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면, 의사들의 필수의료 과목 기피 현상이 조금은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의원이나 약국 등의 의료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는 납부한 보험료 일부를 ‘바우처’로 되돌려 주어 건강 관리를 돕는 방안도 적절한 정책이다. 과도하게 의료 이용이 많은 사람이나 필요도가 낮은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높이기로 한 것은 의료 혜택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 의료비 상승의 주범이라 할 비급여 의료를 적극 억제함으로써 의료 남용의 병폐도 상당 부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급여 확대라는 건강보험 애초의 중장기적 목표를 상쇄해선 안될 것이다.

건보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앞으로 보다 치열한 논의와 격론이 필요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건보료 상향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과해선 안될 것은, 건보 가입자들에게 그 부담을 과도하게 지우게 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적절한 수준의 건보료 상한선을 도출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가입자들에 대한 부담 증대와 맞물려 공공 사이드의 국고지원 증대나 지출구조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누군가는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어느 일방의 부담으로 귀결되어선 안될 일이다. 정치권이나 국회도 건보 재정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건보료 정책에 보다 정교한 액션플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