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영양제'는 만능이 아니다

이의현 기자 2024-02-13 07:36:59

우리 몸은 매우 예민하다.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면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다. 그래서 몸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영양제부터 찾는 이들이 많다. 비타민이나 오메가-3, 글루코사민, 콜라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먹는 영양제가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노인층은 더더욱 주위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대부분 우리 몸에 필요한 미량의 영양소가 ‘병적으로’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먹는 많은 영양제들이 사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 들은 아니라는 얘기다.

◇ 우리가 너무 많이 챙겨먹는 영양제
오메가-3 지방산이 심장 질환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결론이 일관적으로 도출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연구에서는 오메가-3가 특정 질환의 위험을 줄여주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전문가들도 영양제 형태로 오메가3- 지방산을 보충하는 것이 만성질환 예방에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도움이 될 가능성은, 일반이 알고 있는 것 만큼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다음은 피부 주름과 피부 탄력 저하를 막기 위해 여성들이 많이 복용하는 콜라겐이 있다. 그러나 콜라겐이 직접적으로 우리 피부나 뼈에 도달한다는 과학적 보장은 없다고 한다. 콜라겐 보충제가 위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분해된 콜라겐이 다시 피부의 콜라겐으로 합성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 피부 보호를 위한 적절한 생활습관 등이 피부 건강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은 연골 건강을 유지하고 관절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이 관절 건강에는 더 도움이 된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이라 연골의 부담을 줄이고 관절 움직임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보조제에 의존하기 보다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관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항산화제가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예방한다는 인식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고장난 미토콘드리아를 태우는 과정인 ‘미토파지’와 세포 내 고장난 단백질을 태우는 과정인 ‘오토파지’를 적당한 활성산소가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 몸에 좋은 활성산소의 양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항산화제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도 않으면서 항산화제를 과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다.

◇ 영양제는 꼭 필요한 때만 복용을
가장 흔하게 복용되는 비타민 D는 뼈와 근육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씹는 능력이나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나이가 되면 비타민 D 보충제를 더 많이 찾게 된다. 혈중 비타민 D 부족은 신체 활동 부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타민 D 결핍은 단순한 영양소 부족을 넘어 전반적인 영양 상태와 소화 능력, 근육 건강 정도를 아우르는 노쇠의 악순환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약으로 비타민 D 수치를 올리더라도 원인 자체가 고쳐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특정 영양소가 다소 부족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영양제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교훈이기도 한다.

정희원 교수는 ‘병적인 증거’가 없다면 식사를 통해 미량의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면서 “영양 보충제 사용은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임상적으로 미량 영양소 보충이 의미가 있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 근감소증이 있는 경우 비타민D와 칼슘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임신 시 철분과 엽산을 사용하는 것, 철 결핍 빈혈 때 철분제 치료를 받는 것, 마지막으로 위 절제나 채식 등에 따른 비타민 B12 결핍의 보충 등 결핍증이나 결핍의 위험이 있을 때 정도이다.

◇ 영양제로 결핍을 채우려 해선 안돼
정 교수는 “현대인은 잠이나 운동, 머리 비우기의 결핍에 따른 피로감, 한마디로 왜곡된 생활에 따른 불편함을 영양제로 해소하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영양제 보충이 피로감 회복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작다고 단언한다. 정말 효과가 있는 무언가라면 이미 약으로 분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의약품’은 특정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위해 개발되며, 엄격한 임상 시험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되어야 인정된다. 반면에 ‘식품’은 그야말로 ‘음식’이다. 식이보충제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명확한 의학적 효과를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양제는 또 보충제일 뿐, 균형 있는 식사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보충제에만 의존해 건강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도 진정한 건강 개선과 노화 지연을 추구하려면 영양제에 의존하는 습관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량 영양소’는 이미 우리 몸 속에 충분히 있는 만큼, 과도한 영양제 사랑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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