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70세 넘은 취업자 속증… 고령 맞춤형 일자리 확충 시급하다

조진래 기자 2024-02-19 08:55:01

70세 이상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수입을 얻기 위해 취업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생계를 위해 일자리 전선에 뛰어든 어르신들이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어쩌면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려갈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더 많은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확충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만 70세 이상 인구는 631만 4000명이며 이 가운데 155만 명이 취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이상 인구의 고용률이 24.5%라는 얘기다. 1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139만 1000명 이었다. 1년 새 고령 취업자가 11.4%나 증가한 것이다. 7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월 5.1%이던 것이 올해 1월에는 5.6%로 크게 높아졌다니 기쁘면서도 가슴 쓰린 현실이다. 75세 이상 노인 중에서도 403만 명 가운데 20%에 가까운 75만 6000명이 취업 중이라고 하니 더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 통계대로 라면, 우리나라 70세 이상 노인 4명 가운데 1명은 생계비를 벌기 위해 1시간 이상을 일하거나, 가구원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무급으로 일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들 중 30% 가량이 농업·어업·임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 22.8%, 그리고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업에 7.6%가 취업 중이라고 한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42.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열악한 고령화 일자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근로를 원하는 노인들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65세부터 79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연령대 노인들 가운데 계속 일을 하길 원하는 비율이 60% 안팎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생활비에 보탬을 주려는 목적이 절반이 넘었다고 하니,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취업 전선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노후를 몸 상하며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늦은 나이까지 일거리를 갖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인의 상당수는 서너 가지 질병에 대 여섯 가지 약을 처방해야 온전히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분들이다. 이들에게 힘쓰는 노동형 일자리보다 과거의 경험이나 경륜을 발휘할 수 있는 ‘전직 일자리 찾아주기’ 같은 각별한 캠페인을 벌이면 어떨까. 

일을 하면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도록 해 드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노인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노인을 단순화, 일반화해 천편일률적인 일을 시키기 보다는 각자의 지난 삶에서 보탬에 되는 일거리를 찾아 보람도 느끼면서 여생을 보내도록 해 드리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자리 정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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