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병원의 잦은 CT·MRI 재촬영, 노후화된 장비 탓이었나

조진래 기자 2024-02-20 09:41:57

정부가 10년 이상 노후화된 특수 의료장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고 해 주목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CT(전산화단층촬영장치)와 MRI(자기공명영상진단기), Mammo(유방촬영용장치, 맘모그래피) 등이다.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장비들이라 쉽게 교체하기 힘들어 ‘본전’을 뽑을 때까지 최대한 오랫동안 병원의 ‘밥줄’이 되어주는 고마운 기계들이다.

문제는 이런 장비들이 환자의 건강을 돌보고 미리 환부를 찾아내 도움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환자와 가족의 등골을 빼먹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후화된 장비는 당연히 정확한 검사 결과를 내놓기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한 번에 찾아내냐 할 환부 정보를 두번 세 번 반복 촬영케 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조연한별 특수의료장비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 설치된 CT, MRI, Mammo 전체 설치대수 8087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442대가 10년 이상된 노후 장비로 확인됐다. 10년 이상 20년 미만인 장비가 35~37% 수준이었고 30년 이상된 기계도 CT가 1대, Mammo가 20대에 달했다. 제조 시기를 파악하기 힘든 CT도 5대나 됐다.

주자하다시피 이런 특수의료장비는 대부분 수입품이다. 부품 수급 및 수리가 아무래도 여의치 않은데다 워낙 촬영 빈도가 높은 장비들이라 매년 감가상각이 불가피하다. 그러니 사용기간이 10년만 지나면 기능에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낡은 의료장비로 촬영된 검사 결과를 의사들조차 100%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게 된다.

그 결과가 환자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확한 검사를 받기 위해 고가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촬영하는 것인데,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져 제대로 판독이 되지 않으니 재촬영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대놓고 다시 촬영하기 무엇하니 병원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 “다른 부위도 함께 봐야 하니 한 번 더 촬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하는 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특수의료장비들을 노후 정도 등에 상관없이 건강보험에서 똑같은 검사수가를 보상해 준다는 사실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궂이 최신장비를 비싸게 설치하기 보다는 중고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는 게 남는 장사기 된다는 얘기다. 이것이 10년, 아니 30년 넘게도 현장에서 특수의료장비들이 사용되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전국에 등록된 고가 특수의료장비의 30% 가까이가 중고라는 통계도 있다.

그나마 이런 의료 현장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건복지부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통해 올해부터 의료장비 관리 강화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니 다행이다. 품질관리기준을 높이고, 장비 노후화와 성능과 연계해 검사 수가를 차등 적용하는 새로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도 경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제에 노후도가 심각하거나 성능이 퇴화된 장비는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수가 차등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확한 검사이기 때문이다. 잘못되거나 불명확하게 진단된 결과로 인해 의료 부담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기적으로 성능 검사를 실시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즉시 수리 혹은 즉시 폐기를 명령할 수 있는 보다 강화된 관리 시스템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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