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바닥까지 추락한 ‘삶의 만족도’, 정부와 정치가 책임져야

조진래 기자 2024-02-23 22:11:20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권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점으로 전년보다 0.2점 높아졌으나 OECD 국가들 중에는 38개 회원국 중에 35위에 그쳤다. 

우리보다 뒤에 있는 나라는 튀르키예(4.6점)와 콜롬비아(5.6점), 그리스(5.9점) 정도다. 물론 이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추세적으로 보았을 때 계속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우리의 글로벌 위상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순위다.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소득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당연히 소득이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삶의 만족도가 6.0점으로, 소득이 6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6.6점 보다 낮았다. 여기에 특히 ‘노년 빈곤’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2021년 기준 39.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우리 뒤로는 에스토니아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노년 빈곤 문제가 당장 해결될 기미를 보기기는커녕 연령이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도는 더 하락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도 삶의 역량(교육·건강·여가), 사회적 삶(대인관계·가족관계), 물질적 삶(소득·소비·근로여건) 등 모든 부문에서 만족도가 청소년-청년-중장년-노년의 순이었다. 나이 들수록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령화사회를 넘어 이제 내년이면 초고령사회에 돌입할 우리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관적인 만족감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아동청소년은 56.6%인 반면 노년은 29.9%에 그쳤다. 여가활동에 대해서도 아동청소년은 48.2%가 만족했지만 노년은 16.6%에 불과했다. 물질적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노년이 가장 취약했다.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이렇게 바닥권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는 노년 빈곤 뿐만아니라 장기화하는 경기 부진, 심각한 경제 상황은 아랑곳 않고 정쟁에만 매달리는 정치권, 선진국답지 않은 부실한 사회적 인프라 등이 꼽힌다. 여기에 집 안의 모든 돈을 부르는 사교육 열풍에 다시 꿈틀거리는 집값 등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부익부 빈익빈, 부자와 자산가가 또 다른 부자와 자산가를 낳는 기울어진 양극화 사회 구조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삶의 만족도가 나아질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더욱 정부와 정치권의 분발이 요구된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권을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국민들이 믿지 않는 정부와 정치가 어떻게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정말 언제가 되어야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부와 정치를 볼 수 있을까. 총선 준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또 다시 공허한 기대만 하고 있을 국민들만 안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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