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심화하는 도시·수도권 노령화 … 기본 인프라 구축 시급하다

이의현 기자 2024-02-27 08:19:03

수도권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난 2000년에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 100명당 약 25명에서 2021년에는 그 보다 5배나 많은 121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통계청 보고가 발표됐다. 전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노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 2025년, 드디어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를 맞게 될 우리의 암울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통계 수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고령화가 더 가속화한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농어촌의 노령화와 슬럼화만 걱정했지, 서울과 수도권까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늙어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소홀히 해 왔다. 가장 노령화된 지역이 어디더라, 노인 고독사가 많은 지역은 어디더라  하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서울과 수도권은 다른 얘기로 `나와는 다른 얘기 정도로 치부했던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 20년간 국내 모든 권역에서 도시 면적과 도시화율, 노령화 지수 등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00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동안 수도권의 도시화 현황 관련 모든 지표가 증가하면서 노령화도 덩달아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도시 인구 비율이 50.8%에서 53.5%로 높아지고, 도시 면적이 37.0%에서 41.6%로 급증하는 동안 인구 고령화도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노령화지수는 지난 20년 동안 24.5에서 121.3로 급등했다. 노령화지수는 15세 미만의 유소년 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노령 인구 수를 나타내는 수치다. 강원권(138.3)이나 경상권(133.7) 등에 비해선 낮은 수치지만, 수도권의 지난 20년 간 지수 상승률 96.8은 경상권(+107.9), 강원권(+103.5)에 못지 않다. 수도권 역시 이들 지역처럼 ‘노인들 밖에 살지 않는 곳’이 되지난 않을 지 우려된다. 

문제는 수도권이 이렇게 고령화되고 있는 데 그에 따르는 생활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이다. 마음 편하게 쉴 만한 공간이 태부족이다. 몇 백 미터 앞에 경로당이 있지만 제대로 취사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근력을 길러주고 치매를 예방해 줄 수 있는 놀이 문화도 거의 구비되어 있지 않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바야흐로 ‘1000만 노인시대’다. 서울도 곧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이제라도 고령화와 노인 복지 문제를 전담할 기구를 만들어 중장기 발전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총선이 임박했다고 표를 의식해 앞다퉈 경로당 무료 급식을 추진하겠다는 입 바른 공약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고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다양하고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복지회관의 프로그램도 보다 노인 친화적인 것으로 교체하고, 어르신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 변화 속에 도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교육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노인도 살고 마을도 살고, 결국 도시와 수도권도 살 수 있다. 아이를 낳지 않아 점점 더 고령화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라면, 건강한 어르신들이 아이를 돌보는 공동 육아 방안도 한 번 쯤 고민해 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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