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부족하면 만사가 귀찮고 힘들어진다. 집중력이 떨어져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판단력과 자제력이 흔들리고 달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과 술, 담배가 당긴다. 자연스럽게 혈당 관리 등에 문제가 생기고, 치매 인자에 노출되고, 결국 급격히 노화가 찾아온다. 수면 장애가 건강 100세의 꿈을 망치는 것이다. 잠이 왜 중요한지, 숙면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 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보자.
◇ 잠을 못자면 생기는 일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42분 안팎이다. ‘권장 8시간 수면’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40% 정도만이 현재 수면에 만족하고 있고, 잠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부분 15분 이상이며 30분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면을 방해하는 최대 요인으로는 ‘온도’가 꼽혔다. 최적의 수면을 위해선 최적의 온도가 필수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잠을 억지로 줄이다 생기는 치명적인 질환이 치매다. 6시간을 자는 사람이 7시간을 자는 사람에 비해 장기적으로 치매진단을 받을 확률이 30% 가량 높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다른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의력과 집중력, 기억력 등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불안감과 우울증이 동반되어 잠을 못 이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잠은 아주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면서 “대체로 6시간에서 8.5시간의 범위 안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알람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커피 같은 각성제 없이도 활력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자는 것아 충분한 수면”이라고 말했다.
◇ 좋은 수면을 위한 좋은 습관들 몸과 마음이 모두 충분히 회복되도록 하는 수면을 전문가들은 ‘회복 수면’이라고 한다. 노후 건강에 필수 요소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저녁 늦은 시간 보다는 아침 또는 오후에 햇빛을 쬐며 하는 야외 운동이 추천된다. 적당량의 양질의 식단도 중요하다. 잠 자기 전에 폭식, 특히 짠 음식은 피해야 좋다.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고, 자다가 소변을 자주 보게 만들어 숙면을 해치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잠시라도 명상, 심호흡을 하거나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수면 습관이다.
수면 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는 우선,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침대에 갈 때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조명과 온도가 적당한 방에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침대와 베개를 갖추는 것도 필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을 청하기가 힘들고, 수면 중 호흡 곤란이 생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특히 대사질환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다 인지 기능 장애 가능성도 높이는 만큼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마우스피스나 양압기 같은 기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요즘은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oT), 헬스케어 기술 등을 통해 얻은 수면 관련 데이터를 분석·활용해 수면의 질을 개선시켜 주는 ‘슬립 테크’가 보편화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해 봄 직하다.
◇ 노년의 숙면 법 최근에는 노년 불면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60대와 70대 불면증 환자가 각각 14만 명, 12만 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면증은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치료 가능하다고 말한다. 노인들도 가능하면 잠 들기 전 스마트기기 사용을 자제하고, 바람직한 수면 자세를 취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동우 분당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천장으로 향하게 누워 척추의 ‘S자형’ 곡선이 자연스레 유지되도록 한 상태에서 무릎과 종아리 아래쪽에 베개를 놓고 자면 쉽게 자세가 바뀌지 않은 뿐만 아니라 척추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양쪽 귓불 뒤 목과 머리가 이어지는 부분의 움푹 들어간 지점 ‘안면혈’을 지압하면 전신 긴장이 풀려 수면을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년에 잦은 허리 통증 탓에 똑바로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는 허리디스크인 경우엔 무릎 아래에 베개를 대고, 척추관협착증이라면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가 권고된다.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나 위식도 역류질환 또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옆으로 누워 자는 게 좋다. 반면에 엎드려 자는 자세는 근육통을 유발하니 금물이다.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은 숙면을 위한 ‘수면위생(sleep hygiene, 睡眠衛生)’을 강조한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하루 30분 이상 산책하며 햇볕을 쬐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되 잠자기 전 과한 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취침 2시간 전에는 금식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또 ‘잘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좋은 잠을 잘 수 있으니 독서나 명상 등을 적극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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