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대도시 은퇴자, 인구감소지역 이주 지원 가능할까

조진래 기자 2024-03-19 07:46:5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2024년 행안부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대도시 은퇴자들이 인구 감소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이주단지 조성과 세제 지원 등 필요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대략 50대 이후의 장·노년층들을 대도시 밖 생활권으로 유도해 도시 인구도 줄이고 지방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해법으로 보여 일단 환영할 만하다.

이미 많은 지자체들이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를 유치하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는 대도시 은퇴자와 고령자를 위한 공공형 주거타운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강원도와 서울시, 강원개발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대도시 5060세대의 자발적 이주를 유도해 인생 2막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 상생형 주거타운 ‘상생형 순환주택사업’의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은퇴자들은 공기 좋은 삼척의 공공 주택단지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누리고, 이들이 두고 온 대도시 집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에게 재공급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삼척시는 이주한 은퇴자의 경제활동과 원활한 지역정착을 적극 돕고, 이를 계기로 지역활력타운 공모사업과 수소에너지 실증기반 해안지구 뉴타운 사업의 개발구역지정 등의 사업추진에 속도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고령 마을인 경상북도 의성군도 은퇴자 전원마을인 ‘리본(Re:born) 빌리지’를 추진 중이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사업으로 대도시 은퇴자와 귀농·귀촌인들을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추진 중인 의성군은 금성면 제오리 저원 지역에 5000평 규모로 단독주택 20호를 지은 뒤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할 계획이다. 

지난달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을 마친 의성군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마을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연말까지 시행계획을 수립한 후 2025년까지 부지조성 공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의성군은 신공항 개통 시기와 맞물려 군으로의 인구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남도와 전북도 등 인구 소멸 우려 지역의 지자체들도 절박한 심정으로 인구 유치 확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실효성 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 해당 지역에서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성군만 해도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느라 구체적인 예산 집행 계획이 채 세워지지 못하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기본계획에 건축비 등이 부분적으로 빠진 채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타 지자체들도 사실상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자체 예산으로는 버겁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주단지 조성과 세제 지원 등 필요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만큼, 어느 정도의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높지만, 해당 지자체 스스로 발전 방안을 내지 않는다면 자칫 지자체 사업이 아니라 정부 사업으로 뒤바뀔 우려가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 특성을 잘 살려 스스로 은퇴자들이 찾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급선무인 이유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미국 대도사 은퇴 부자들이 조지아주 도슨 카운티나 앨라배마 같은 시골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실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 부자들이 대도시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거의 없고 범죄율이 낮고 기후까지 따뜻한 지역들로 속속 아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니 당연히 지역 소득이 늘고 이에 맞춰 도로와 수도, 의료시설 등 기본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하프백(Halfback)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역시 해당 지역의 땅 값이 오르고 거주비가 오르는 등 변화 초기의 부작용이 보고되는 있다. 부동산 시세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역동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사례들을 잘 관찰하고 벤치마킹해, 부작용 없이 살기 좋고 안전한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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