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비 뇌 건강법 ③ 주변의 ‘독소’ 제거하기

이의현 기자 2024-04-29 08:07:46

우리 주변에는 뇌 건강을 해치는 독성 화학물질이 너무나 많다. 간에서 어느 정도 해독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납이나 수은 같은 특정한 독소에 노출되면 뇌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늙어서도 건강한 뇌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숨쉬는 공기, 먹는 음식, 마시는 물을 조심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 있는 많은 독성 물질에서 벗어나려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맑은 공기를 찾아 마셔라
대기오염은 만 가지 만성질환의 시작이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주요 도로에서 50m 이내 또는 고속도로에서 150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이 치매를 비롯해 알츠하이머 등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자동차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기준치 초과 초미세먼지도 위험하다. 여성들이 기억력 감퇴나 인지 저하를 일으킬 위험이 81%, 치매나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은 92%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흡하는 과정에서 코나 입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온 오염물질은 장까지 도달한 후 혈류를 따라 뇌로 들어갈 수 있다. 뇌를 청소해 주는 ‘소교세포’가 이런 독소를 먹어치우지만, 양이 너무 많으면 결국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체내에 쌓이는 오염물질은 혈류로 들어가 혈당을 관리하는 인슐린의 기능을 방해해 당뇨를 유발하기도 한다. 당뇨병은 치매로 가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뇌를 보호하려면 공기를 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가 줄면 여성 노인의 치매 위험이 낮아지고 인지력 저하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초미세먼지가 1단위 씩 감소할 때마다 치매위험은 15%, 알츠하이머 위험은 17% 감소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외출 전에 대기질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일차 해법이다. 잔디와 나무가 있는 근처 공원에서 하루 30분씩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내 공기오염 방지도 중요하다. 가정용 제품과 가구가 공기 중으로 독소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중 필터 시스템이 장착된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 

얼마 전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빈대도 실내의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공기 질과 수면에 나쁜 화합물을 내뿜기 때문이다. 빈대는 열에 약하므로 침대 시트를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몇 달에 한 번씩은 배게도 건조기 온도를 높여 20분 정도 열처리하는 것이 뇌 건강에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오염된 음식과 물 정화해 먹어야
우리 면역체계를 무너트리는 화학물질들은 음식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 가득하다. 가장 간단한 해결 방법은 음식을 가려서 먹는 것이다. 우선, 연어나 명태, 새우처럼 수은 함량이 낮은 생선을 먹는 것이 좋다. 생선에는 오메가3가 풍부해 염증도 물리치고 오염물질에서 발견되는 신경독을 중화시켜 주기도 한다.

중국 장쑤성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브로콜리가 독성 화합물을 지속적으로 제거시켜 준다고 한다. 특히 암 발생을 높이는 독성 화학물질인 벤젠과 아크롤레인의 제거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포에서 환경 독소를 제거하는 것을 돕는 NRF2라는 분자를 활성화시켜 주는 설포라판이 듬뿍 들어있다고 한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도 뇌 건강에 대단히 중요하다.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 발견되는 독소와 살충제는 신경 독소 효과가 있어 각종 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너무 비싼 것이 흠이지만, 유기농 농산물 역시 살충제와 비료에서 발견되는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브레인 키핑’이 저자이자 뇌 건강연구자 마크 밀스테인은 “사과와 딸기는 유기농으로 먹고, 바나나와 오렌지는 비 유기농으로 먹어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 일상에서 간과되는 독성물질도 잘 살펴야
EDC라는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플라스틱은 뇌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독성 물질이다. 플라스틱 포장재로 많이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비스페놀 A(BPA)는 포장으로 쌓았던 식품에 까지 옮겨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부터 7까지 숫자를 세 개의 화살표가 둘러싼 삼각형 모양의 재활용 기호를 찾아 3,6,7이 적힌 품목은 가능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BPA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통조림이나 플라스틱 음식을 뜨거운 곳에 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열로 인해 용기 안의 화학물질이 음식에 스며들어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은 독소를 그냥 섭취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방부제로 많이 사용되어 여성들 화장품에서 자주 발견되는 파라벤 역시 뇌 건강에 좋지 않다. 

시판되는 집 안 청소용 제품에서도 유해한 독성 물질이 배출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집 주변을 청소할 때는 가능하면 물과 식초, 주방용 세제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청소하는 동안에도 고글이나 마스크, 장감을 착용하고 창문과 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시켜 주어야 우리 몸 안으로 독성이 들어가지 못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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