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국회로 넘어간 연금개혁안, 최종 결론은 어떻게?

이의현 기자 2024-05-03 12:46:51
지난 30일 열린 국회 연금특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의 길은 멀고도 멀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견해 차가 워낙 커 좀처럼 접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국회에 공론 조사 결과를 최종 보고했지만 거센 찬반 격론만 일 뿐, 절충점 찾기가 쉽지 않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해선 안된다는 큰 원칙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정안정이 우선이라는 측은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보장성을 강화해 주어야 한다는 쪽은 지금처럼 노인빈곤이 계속된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없으니 당장 연금의 기본 취지대로 소득을 먼저 보장해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공론조사 결과는 일단 ‘소득보장안’ 우세
공론화위원회는 그 동안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지난 달 13일부터 21일까지 모두 4차례의 연금개혁 토론회를 가졌다. 이를 토대로 ‘더 내고 더 받는’ 소득 보장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재정 안정안을 놓고 공론조사를 벌였다. 

소득 보장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13%로 높이는 방안이고 재정 안정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이다. 결과는 56.0%가 소득 보장안을 지지한 반면 재정 안정안을 선택한 비율은 42.6%로 조금 못 미쳤다. 

이 방안을 놓고 여야는 그 동안 참예하게 대립해 왔다.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강조해 온 여당 국민의힘은 “명백한 개악”이라며 일관되게 비판해 왔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후 불안을 해소하려면 소득 보장이 우선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해당 부처인 복지부는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안에 대해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할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이번 공론화위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재정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재정안정 대 보장성 강화, 좁혀지지 않는 간극
시민 단체들도 일제히 제각각의 목소리를 냈다. 재정 안정론자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연구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이 땅의 미래 세대를 위해 성인 세대들이 받게 될 몫을 줄여달라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에서 출발했었다”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현재 국민연금 개혁과 노인복지 이슈가 혼재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세대 부담 감소와 제도 지속의 원칙’이 마치 노인복지를 훼손하는 주장인양 둔갑하고 있다며, 두 문제를 명확히 구분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참여연대와 민주·한국 노총 등 30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연금행동’은 “이대로 가면 2020년생이 연금을 받는 2085년에도 노인빈곤율이 30%에 육박해, 조세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지금처럼 탈 빈곤이 불가능한 낮은 수준에 두면, 광범위한 노인빈곤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연금, 생계급여 등 조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결코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회 연금개혁특위, 의미 있는 합의 가능할까. 
공론화 과정에서 대표성 논란도 불거졌다. 연금연구회 측은 “시민대표단 내에서 청년 세대의 대표성이 부족했으며, 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이 편파적이었고 설문 문항도 부적절 했다”고 주장하면서, 공론화위원회가 직접 입장을 밝히고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한 후 전문가들이 자료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연금행동 측은 “공론화 결과에 흠집내기”라고 반박하면서 “공론화 과정 전체에서 사용된 자료들은 보장성 강화론과 재정안정론 양측의 전문가가 동수로 참여해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숙의과정을 통해 시민대표단의 56%가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택한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간 셈이다. 특위는 설문조사 결과를 포함한 공론화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를 토대로 여야 협의를 거쳐 연금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연금개혁 프로세스 자체가 다음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시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거대 야권과 여당·정부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쉽게 합의안이 도출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야권의 뒤에는 양대 노총을 비롯한 ‘연금행동’이 버티고 있어 정부와 여당으로선 막아내기 벅찬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국민을 위해 지속 가능한 바람직한 연금개혁안이 나온다면 정부도 적극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재정안정화 방안 쪽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다음 국회로 사안 자체를 넘기는 등의 맞대응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긴 싸움’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이의현·박숭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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