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국민연금 개혁, 더 이상 늦춰선 안돼

조진래 기자 2024-05-22 08:33:58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첨예한 상황에서,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6년 뒤인 2030년부터는 기금 자산을 팔아야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만일 이 시나리오대로 전개된다면, 주식시장 등 국내 자산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해 950조 원에서 계속 늘어 2040년에는 1755조 원까지 증가하지만 2041년 수지 적자로 돌아선 후 급속히 줄어들며 2055년에는 기금 소진이 예상된다. 가파른 출산율 하락에 가입자가 꾸준히 줄어들며 보험료 수입은 축소되는 반면에 고령화로 연금 수령기간은 길어지는 탓이다.

문제는 지금의 국민연금 부과체제로는 당장 6년 후인 2030년부터 그 해 들어온 보험료로 그 해 연금을 지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9%의 보험료율에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다간 보험료율이 매년 급등해 어느 한 순간에 그 해 보험료 수입만으로 지출을 감당 못하는 사태가 빚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디에선가 돈을 융통해 와야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민연금이 5차 재정계산 재정수지를 전망한 자료에 따르면, 부과방식 비용률이 현행 보험료율을 웃돌기 시작하는 2030년의 경우 국민연금 총수입은 137조 원인데 빈해 총지출은 79조 원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137조 원의 총수입 가운데 보험료 수입은 76조 원으로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장된다.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연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다는 얘기다.

3조 원을 마련하려면 현실적으로 기금이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재정에서 지원하기엔 우리 제정 상황이 그다지 풍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기금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금 운용수익 외에 실제 수입-지출 구조로 본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국민연금이 주식이나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면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시장 안정을 위해 매도 물량이나 시기를 조절한다고 해도 수 조원의 주식과 채권이 매물로 나오는데 시장이 제대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자본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매년 수 조원의 자산을 매각할 것이란 시그널 속에서 시장이 온전할 리 없다. 

이런 아직 현실이 아닌 미래의 리스크를 과도하게 부풀릴 의도는 없다. 하지만 연금 개혁을 더 이상 늦췄다가는 자본시장과 자산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나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손해는 연금을 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란 사실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노후 대비 시스템까지 흔들릴 수 있는 결과가 현실이 될 것이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과거 정부처럼 흐지부지 개혁을 마무리해선 안될 상황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여야 정치권의 협치와 국민적인 공감대 속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다른 개혁이 가능하다. 국민연금 개혁의 칼을 빼 든 이상, 이번 연금개혁 시도가 실패하면 나라와 국민 모두가 심대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절감하고 연금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