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52만 가구에 이른다. 반려동물 인구는 무려 1300만 명에 가깝다. 이런 ‘친 반려 문화’는 실버타운 문화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노후를 실버타운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도 데려가 함께 지내길 원하기 때문이다.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실버타운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를 통해 전한 ‘우리 댕댕이와 함께 실버타운에서 사는 법’을 일문일답식으로 풀어본다.
- 기본적으로 실버타운에 반려동물과 입소하는 것이 불가능한가. “지금까지는 임대형 실버타운에 입주할 때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확연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25년 완공 예정인 롯데VL르웨스트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를 허용해 전환점을 이뤘다. 작년 12월에 신규 오픈 한 KB 평창카운티도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해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해 생활하는 분들도 있다. 참고로 KB 평창카운티의 반려동물 세부 운영규칙은 다음과 같다.”
- 왜 그동안은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시설이 없었나. “일단, 위생관리가 어려웠다. 배설물 냄새가 날 수도 있고 벼룩 진드기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노인분들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다른 입주자들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라 동물 알레르기나 있는 입주자가 있을 수도 있고,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입주민의 사망 후 책임을 다할 사람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반려동물까지 시설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아무래도 시설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부담되었을 것이다.”
- 고령자 천국인 일본은 어떤가. “가능하기는 하다.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곳으로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 유료 노인 홈, 시니어용 분양맨션 등이 있다. 다만, 본인이 반려동물 케어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형 유료 노인 홈과 같이 자립형 시설이 많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가 가능한 고령자 시설은 전체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 일본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가 가능한 요양원도 있다고 들었다. “2012년에 카나가와현에서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특별 양호 노인 홈이 오픈 해 주목을 받았다. 100 병상이 넘는 시설로, 10개 병상을 1개의 유니트로 하는 유니트 케어를 실시하고 있는데, 4층짜리 건물 중 2층을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2개의 유니트로 만들어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노인들이 마지막을 이렇게 쓸쓸하게 맞이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맞는 것인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2023년 2월 기준 반려견 8마리, 반려묘 9마리가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 우리나라에도 실버타운과 펫 사업을 접목시켜 특화된 시설을 지을 순 없을까. “앞으로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실버타운이 또 다른 실버타운의 특화된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반려동물 동반 입소를 특화전략으로서 고려해 볼 만하다. 산책로나 반려동물 놀이터를 겸비하려면 부지가 넓고 충분한 공간이 필요할텐데 지방이 유리할 것이다. 수도권 인구 분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치료가 가능한 동물 병원이 근접해 있느냐, 내가 아프거나 죽더라도 끝까지 내 반려동물을 책임져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 언젠가는 반려동물을 키워야만 입소가 가능한 실버타운이 생길 지도 모르지 않나. “앞으로 반려동물과의 동반입소를 고려하는 시설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인다. 케이스가 없어서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차차 좀 더 세분화 되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버타운에 반려동물 유치원, 동물 병원, 동물 미용실 등이 입점하고,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관리사들을 따로 채용하고, 더 나아가 반려동물 기억공간 등이 함께 운영되는 실버타운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반려동물과 함께 가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한 반려 가족 놀이터가 생길 줄은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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