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초저출산 및 초고령화… 0%대 생산성 증가율 … 혁신 없는 성장… 한국 경제 어디로

조진래 기자 2024-06-10 09:11:55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10년 후에 우리 경제가 성장을 멈추고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전망이 특히 거시경제 전망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발로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0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출산율의 극적인 반등, 생산성의 대폭 개선 같은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속수무책으로 가속화하는 초저출산·고령화에 생산성 증가율까지 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이를 뒤엎을 만한 혁신의 가능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한은의 이 같은 전망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이니 더 걱정스럽다.

한은이 지적한 대로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어쩌면 절대적인 인구 수보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 특히 성장잠재력 훼손을 상쇄시킬 만한 경제 전반의 혁신이다. 특히 기업의 2000년대 초반 10년 동안 6%대였던 기업 생산성 증가율이 2011∼2020년에는 0.5%까지 격감한 것이 큰 문제다.

정부든 기업이든 저마다 ‘혁신’을 소리 높여 외쳐 왔지만 정작 보여주기 식의 ‘양적’인 혁신 성과에 몰두하느라 실질적인 ‘질적’ 혁신이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절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산업의 허리 역할을 맡은 중소기업은 혁신의 의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투자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성 증가율이 대기업보다 더 떨어지는 양상이니 ‘혁신 잠재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은의 지적대로 한국 기업들에서 혁신의 질이 떨어진 데는 기초연구 부실이 큰 원인일 수 있다. 기초연구가 부실하니 겉으로 당장 드러나는 응용연구에만 매말려 혁신의 ‘양’이 ‘질’을 압도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어 왔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에 14%에서 2021년에는 11%로 줄어든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하고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앞다퉈 단기 성과만을 추구하게 된 결과였다. 그러니 혁신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다.

일각에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확실히 창업 1세대들이 보여주었던 도전과 혁신의 마인드와 실행력을 후대들이 제대로 이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이 그렇게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할 정부의 책임도 크다.

한은 역시 우리 기업들이 다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려면 기초연구 강화, 투자 선순환을 위한 벤처캐피탈 혁신자금 공급 기능 개선과 함께  혁신 창업가 육성을 위한 사회 여건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야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우리 정부는 과연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실패에 따를 재기 불능 우려가 만연한 상황에서 기업의 도전과 혁신이 나올 리 만무다.

한은이 독려하는 ‘똑똑한 이단아’도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당장 끌어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더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낼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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