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저 출생 극복에 작년 47조 원 쏟아 부었는데 절반이 ‘헛돈’이라니

조진래 기자 2024-06-11 18:48:04
저 출생 극복을 위해 작년에 47조 원 가량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그 가운데 절반은 ‘헛돈’ 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것도 정부 주무부처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그 같은 주장이 제기되어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개최한 ‘저출생 예산 재구조화 필요성 및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그 동안의 우리나라 저출생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예산 착시효과’를 지적했다.

이날 KDI는 자체 분석 결과라며, 작년 저출생 대응에 투입된 예산 47조 원 가운데 저출생과 직결된 예산은 딱 절반인 23조 5000억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과제 수 기준으로는 전체 142개 과제 가운데 절반을 약간 웃도는 84개로 집계됐다.

나머지 절반의 예산은 대부분은 주거지원에 투입됐다는 게 KDI의 분석이었다. 관련 예산이 무려 21조 4000억 원이었다. 통상적으로 주거지원 예산은 직접적으로 저출생 극복과 맞닿지 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규정한 ‘가족지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저출생 극복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또 다른 예산 투입 사례로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사업’ 같은 것이 지적됐다. 마치 스마트 폰을 지나치게 이용하느라 결혼이나 출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것처럼 곡해되기 십상이 부문이다.

이날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저 출생 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 및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하나 같이 이런 ‘예산 착시’를 줄이고, 정책 수요자들의 관점에서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생 예산이 특정 분야에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인구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강조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예산은 전체의 8.5%인 2조 원에 그친 반면 ‘양육’ 자체에 목적을 둔 예산이 20조 5000억 원으로 거의 90%에 육박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고, 어렵게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 낳기는 주저하는 가장 근본원인 이유가 경제적 사정 때문임을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일자리와 일감을 만들어줘야 할 예산은 쥐꼬리만 하고 당장의 육아 지원에만 매달리니 십 수년 째 제자리인 것이다.

저출생 극복에 밑 빠진 독 마냥 계속 재정을 쏟아 부을 순 없다. 우리 재정 상황이나 지자체의 관련 예산은 턱 없이 모자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저출생 극복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높은 일자리 제공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어떤 사업이 실제로 저출생 극복에 가장 직접적이고 미래대응적인 가를 면밀하게 평가해 재정 투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에 펼쳤던 수 많은 사업을 과제 별로 사업 재평가를 해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노력도 시급하다.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예산을 특정 부분이나 과제에 과도하게 투입하면서 벌어진 이제까지의 실수를 바로잡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재편을 통한 새로운 구도 역시 검토해 볼만 하다. 

무엇보다 지역의 현지기업들이 저출생 극복과 대응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을 이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유능하고 경험 많은 베테랑급 경력단절 여성이 경제적 걱정 없이 출산과 육아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 시스템을 시급히 갖춰나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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