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가정 내 노-노 학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조진래 기자 2024-06-14 14:44:38

고령화 시대에 노인학대가 최근 수년 새 꾸준히 늘어 지난해 7000건을 넘어섰다는 충격적인 자료가 발표됐다. 더욱이 요양이나 간병 시설에서의 노인 학대는 줄어든 반면 가정 내 학대가 계속 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가해자 가운데 배우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이른바 ‘노-노 학대’를 포함한 전반적인 노인 학대 방자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제8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14일 발간한 ‘2023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는 2만 1936건으로, 전년도의 1만 9552건에 비해 12.2%나 늘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인 7025건이 ‘학대’로 판정되어 이 역시 전년의 6807건보다 3.2%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5년 간 노인 학대 신고 및 판정 건수는 끊임없이 증가해 왔다.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 6071건에서 지난해 2만 1936건으로 늘었고, 학대 판정 건수는 같은 기간 5243건에서 7025건으로 늘어났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이 존중받고 보살핌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학대 유형도 단순한 신체적 학대(4541건) 못지 않게 정서적 학대(4531건)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긴장감을 갖게 한다. 더욱이 노인 학대 현장이 가정(6079건)이 압도적이란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체 발생 건수의 90%에 육박한데다 전년의 5867건에 비해 4% 가가이 증가했다. 노인 시설에서의 발생 빈도는 10%에 못 미쳤다.

더 충격인 것은 학대 행위자로 배우자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무려 2830건으로 전체의 36%에 달했다. 아들이 2080건(26.3%)으로 뒤를 이었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래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21년부터 학대 가해자 가운데 배우자의 비중이 더 커졌고, 가해자 가운데 87%는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노-노 학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학대 피해 노인 4명 중 한 명이 65∼69세였고 70∼74세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치매 노인 학대 건수도 2019년 831건에서 2023년 1214건으로 꾸준히 늘어, 돌봄이 가장 필요한 노인들이 정작 가장 홀대받고 차별받고 학대받는 존재로 전락한 모양새다. 그나마 ‘재학대’ 건수가 759건으로 전년의 817건보다 줄었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다.

이렇게 노인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과연 시스템적인 대응 노력은 얼마나 경주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노인학대 뮨제가 사회문제화되자, 노인학대 예방 신고 앱 ‘나비새김’을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 등에 설치해 노인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게 하고 신고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서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재학대를 더 줄이기 위해 관할 행정기관에서 노인 학대 범죄자의 취업 실태 점검 결과를 제출받고, 2개월 안에 홈 페이지에 게시해 12개월 동안 공개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인학대를 실질적으로 방지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 총합적인 시스템 마련이 조기에 구축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노인학대 관련 범죄 경력자가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이 노인 학대 근절 및 절감의 훌륭한 대비책이라고 홍보하는 정부를 보면, 앞으로도 우리 어르신들이 학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은 쉽게 오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부의 보다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노인 학대 방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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