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특강] 이창걸 연세암병원 교수 "정교한 방사선치료로 암 완치율 높이고 삶의 질도 지키세요"

이의현 기자 2024-06-20 07:42:41
사진=세브란스

암 환자들에게는 방사선 치료라는 단어가 매우 익숙하다. 수술 없이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을 극복한 사례들이 나오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첨단 의료기기들이 속속 개발되어 의료현장에 투입되면서 성공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브란스 소식>에서 방사선치료의 권위자인 이창걸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소개되었다. 이 교수는 폐암과 식도암, 두경부암 환자들을 주로 치료해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방사선 치료의 전문가다. 이 교수가 전하는 방사선 치료의 원리와 필요성, 유효성 등에 관해 알아본다. 

- 방사선이란 무엇인가. 또 어떤 원리로 암을 치료하는 것인가.
“방사선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 혹은 파동의 흐름을 의미한다. 이 흐름이 공기나 물, 인체와 같은 매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발산되는데, 이러한 고 에너지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 방사선치료다. 주변의 정상 세포도 일부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만, 암세포에 비해 회복 능력이 좋아 적절한 선량으로 분할치료하면 대부분 회복이 된다.”

- 방사선치료에도 어떤 종류가 있나.
“방사선 발생 장치의 위치에 따라 ‘체외’ 방사선치료와 ‘근접’ 방사선치료로 나뉜다. 체외 방사선치료는 몸 밖에 있는 방사선 장비를 이용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가장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라고 할 수 있다. 체내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체내에 삽입하는 방법이다. 전립선암에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담긴 침(seed)을 전립선에 삽입하는 브라키테라피, 자궁경부암에서 일정 기간 질 내로 방사성 기구를 삽입하는 자궁강내 치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방사선치료는 완치 가능성이 떨어질 때 받는다는 얘기도 있던데 사실인가.
“방서선 차료는 크게 완치 목적의 치료와 증상 완화 목적의 치료로 나뉜다. 폐암의 경우 조기 폐암에서 고령 등을 이유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에 완치 목적으로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수술이 가능한 1기에서 3기 초의 환자들은 암이 혈관이나 흉벽에 붙어 있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때, 방사선치료로 잔존 부위를 제거 후 항암치료로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폐암에서는 1차 표준치료인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를 시행한 후 면역항암제를 추가로 사용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암의 종류와 병기, 환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사선치료를 단독으로, 또는 수술이나 항암치료와 함께 시행한다.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4기 폐암에서는 암으로 인한 통증이나 불편을 다스리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 아무리 초기 암이라지만 수술 없이 방사선치료만 받아도 괜찮은 건가.
“일부 암종에서는 방사선 단독 치료로도 수술과 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다. 조기 폐암의 경우 수술과 방사선치료의 재발률이 큰 차이가 없다. 방사선치료는 통증이나 체력 소모가 수술보다 훨씬 적다. 치료 범위와 방사선의 영향을 받는 주변 정상 조직의 범위, 합병증 발생 확률 등을 정교하게 계산한 뒤 치료를 시행하므로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어 꾸준히 찾는 환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전립선암 환자의 3분의 1은 수술, 3분의 1은 체외 방사선치료, 3분의 1은 브라키테라피를 받고 있다.”

- 부작용과 합병증이 적다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암 치료에서는 암을 깨끗하게 제거함과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경부암, 식도암, 폐암 등에서 수술로 인해 외형이나 기능에 심각한 손상이 우려될 때, 항암제와 방사선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다. 안구 주변에 발생한 상악동암은 방사선치료로 안구 적출 없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폐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고령의 폐암 환자라면 방사선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15년 전 초기 후두암을 진단받았던 제 환자는 암이 발병한 한쪽 성대에만 방사선치료를 시행해 목소리를 보존했고, 암 진단 후 10년 만에 성악가로 재기에 성공했다.”

- 토모테라피, 사이버나이프, 로보틱 IMRT 등 방사선치료 용어가 다양하다. 어떤 특장점이 있나.
“토모테라피는 대표적인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장비다. 360도 회전하는 선형가속기가 나선형으로 이동하면서 암을 단층별로 세분화해 CT를 찍은 후 방사선을 조사한다. 정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침샘, 눈, 척수신경 등 중요한 구조물이 많은 두경부암에 주로 사용된다. 사이버나이프는 로봇팔로 작은 종양에 방사선을 집중 조사해 정교하게 암을 제거할 수 있다. 로보틱 IMRT는 로봇팔이 1만여 개의 방향에서 자유자재로 방사선을 조사하고 실시간으로 종양의 움직임을 추적해, 폐암처럼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종양을 치료하는 데 적합하다.”

- 차세대 방사선치료로 각광받고 있는 중입자치료는 어떤 강점이 있나.
“중입자치료는 기존의 방사선치료나 양성자치료보다 에너지가 훨씬 커, 세포 살상력이 약 2.5배 높다. 쉽게 말해 기존의 방사선이나 양성자치료가 탁구공으로 암을 때리는 거라면, 중입자치료는 골프공으로 때리는 효과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전립선암의 고정형 치료에 이어 지난 5월에 폐암, 간암, 췌장암에 대한 회전형 치료실 가동을 시작했다. 향후 육종, 두경부암 등으로 치료 암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중입자치료는 난치성 암에서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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