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특강] 연세암병원 김혜련 교수 “폐암에 맞서는 최고 무기는 유전자검사와 신약 임상시험”

조진래 기자 2024-04-15 07:57:55
사진=세브란스


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은 ‘흡연’이다. 그런데 최근 비 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률이 높아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997년에 약 20% 수준이던 것이 2013년 이후 30%를 넘었고 꾸준히 증가 추세다. 흡연력이 있는 여성 폐암 환자는 약 10%에 불과하다. 국내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폐암 발생률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흡연 외에 폐암에 다른 원인이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간접흡연이나 조리 때 배출되는 미세물질, 라돈 노출, 대기오염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이 보다 더 많은 요인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폐암 항암약물치료의 베스트 닥터로 평가받는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의 김혜련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에서 전한 폐암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일문일답식으로 요약 소개한다.

- 폐암 고위험군에게 권장되는 검사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에 따르면, 흡연력이 30갑년 이상인 폐암 고위험군에서는 저 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의 경우, 흉부 X-ray를 이용한 검진에 비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20%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에서는 폐암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의 고위험군에게 매년 저 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폐암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비 흡연자이기 때문에 비 흡연 인구에서의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 폐암 고위험군의 정의와 검진 권고 범위를 재 정립할 필요가 있다.”

- 폐암은 장기 생존율이 떨어지는 무서운 암으로 악명이 높다. 이유가 무엇인가.
“암의 예후는 병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폐 안에는 신경조직이 없어 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느끼기가 어렵다. 암이 진행되면 기침이나 호흡곤란, 각혈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비 특이적 증상이라 폐암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저 선량 CT가 도입되면서 조기 폐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폐암 환자의 약 60%는 진행성 전이성 병기에서 진단된다. 폐암은 이렇게 특이적인 증상이 없는데다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라 진단 당시 뇌나 뼈, 간 등으로 전이되어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 폐암 치료는 병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나. 
“1, 2기, 그리고 일부 3기 초의 환자는 대부분 수술을 먼저 진행한다. 이후 위험도에 따라 항암약물치료를 추가한다. 이때 표적이 있으면 각 표적에 맞는 표적항암제를, 표적이 없다면 면역항암제 사용이 재발 위험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3기에서는 여러 과 전문가들의 다학제적 접근이 특히 중요하다. 선행 항암약물치료로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합요법 후 수술치료, 항암 및 방사선치료 후 면역항암제 유지요법 등 수술과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가 최적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4기에서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가 치료의 근간이 된다.” 

- 폐암 치료에서 유전자검사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폐암의 종류와 유전자 표적의 존재 유무에 따라 치료 약제가 달라진다. 폐암의 대표적 유전자 돌연변이인 EGFR, ALK, ROS1에 대한 유전자 표적검사를 시행해 표적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표적항암제를 처방한다. 국내와 아시아권, 여성 비 흡연자 폐암에서 많은 EGFR 돌연변이가 있으면 매일 경구 복용하는 표적치료제인 EGFR 억제제를 사용한다.

표적이 없는 환자는 면역 바이오마커인 PD-L1의 수치에 따라 PD-1 억제제인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단독 치료 또는 펨브롤리주맙과 세포독성항암제 병합 치료 등을 시행한다. 기본 표적이 없는 환자라도 차세대유전자검사(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를 통해 기본검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표적을 발굴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다. 유전자검사는 폐암 항암약물치료의 첫 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진행성 전이성 폐암 환자의 생존율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 삼아 집중 공격하기 때문에 암세포 사멸 효과는 높다. 반면에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훨씬 적다. 다만, 약제 사용 1,2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내성이 발생하면 혈액 또는 조직검사를 시행해 내성 돌연변이의 원인에 맞춰 효과적인 후속 약제를 사용한다. 허가된 표적항암제가 없다면 신약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항암제와 작용 원리가 달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죽인다. 면역항암제에 치료 반응이 있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30~40%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효과가 드라마틱해서 진행성 폐암 환자의 15~20%는 5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항암약물접합 항체(ADC, Antibody DrugConjugate) 치료가 새롭게 등장해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항암약물접합 항체 치료는 처음 들어봤다. 어떤 원리의 치료법인가. 
“암세포에만 항암제가 집중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항체에 암 표적과 항암제를 결합시킨 차세대 항암제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표적을 타깃으로 항암약물접합 항체를 만들 수 있다. 현재 폐암에서는 HER2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약제로 ‘엔허투(Enhertu)’가 허가되어 있다. 또 최근에는 폐암 세포에 집중적으로 있는 TROP2, HER3 등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약물접합 항체 치료가 신약 임상시험으로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약제들이 기존의 항암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존의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 폐암 치료제의 발전이 놀랍다. 
“20~30년 전만 해도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전이성 폐암 환자의 기대 여명은 6개월 수준이었다. 게다가 약제 부작용이 심해 항암약물치료 중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폐암 항암제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장기간 항암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

폐암이 예후가 나쁜 암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폐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1년에 10번 업 데이트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폐암 치료법은 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적기에 약제를 활용해 최적의 치료 효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폐암 전문의와 상의해 전반적인 치료 계획을 짜 치료를 시작하고, 임상시험을 치료 전략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성공적인 폐암 치료를 위한 특급 조언을 부탁 드린다. 
“체력이 곧 암 치료를 버티는 힘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 30분,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한다. 이때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운동한다면 환자의 체력 관리는 물론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폐암 치료법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지만, 암과의 싸움은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가족들의 칭찬과 격려, 긍정의 말 한마디는 환자에게 암과 싸울 의지를 북돋워주는 가장 좋은 영양제이다. 몸에 좋다는 유혹에 넘어가 주치의와 상의 없이 외부 치료를 받다가 오히려 전신 건강이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암 치료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주치의와 상의 후 진행한다. 환자와 보호자, 주치의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걷는 ‘원팀’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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