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이제 다음은 ‘진정성 있는 의-정 대화’다

조진래 기자 2024-06-21 05:21:50
대한의사협회가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라는 범 의료계 대표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3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고 한다. 각 직능을 대표하는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만큼, 앞으로 정부와의 협상 혹은 투쟁에 있어 적어도 의료계를 대표해 의미 있고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리라 기대된다.

의료계에게 줄기차게 ‘공통된 하나의 목소리’를 요구해 온 정부 입장에서도, 대표 협상 파트너가 만들어지는 것이라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야말로 이번 특위가 제대로 전권을 위임받아 하나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의사 정원 갈등에서 비롯된 의-정 대화 중단 사태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이 특위에 그 동안 강성파를 대표하며 내부 갈등을 빚기도 했던 임현택 의사협회 회장이 어떤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더더욱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는다. 사전 합의 없이 무기한 집단휴진을 밝혀 내부 갈등을 빚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의사집단 내 자정 의지의 일환으로 생각되어 다행스럽다.

특위 구성의 큰 원칙에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특위 구성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위 구성은 물론 작금의 의료대란의 중심에 있는 전공의들이 특위 불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게 시작되는 특위인 만큼 전공의 대표도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꿔 이번 특위에 적극 참여해 사태 해결에 공동 노력하길 기대한다.

객관적으로 봐도, 의료계의 파업 동력은 상당히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18일 처음 시행된 집단휴진에 실제 참여율이 15% 안팎에 그쳤다는 점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상식 있는 의사들은 대부분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지켰다는 얘기다. 의협 측은 참여율이 50%에 달했다고 발표했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수치였고 엉터리 허수였다.

병원들 입장에서도 근로자 임금이나 운영비 지급 압박에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기 집단 휴진에 동참할 수 있는 의사들도 사실 극히 소수에 그칠 것이다. 그런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어찌 되었든 많은 대다수 의사들이 의협이 강제하려던 단체 행동을 거부하고 환자의 곁을 지키겠다고 하는 점이 다행스럽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사들이 집단 휴진하겠다는 자체가 무리수였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 같은 지침을 철회하고 새로 구성될 특위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을 경주하길 바란다. 당장 집단행동 방침을 접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투쟁 일변도의 강경 대응에 이제는 국민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

정부 역시 의협의 특위 구성 시도를 계기로, 이들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가능한 빨리 의정 대화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정부의 옹고집 탓에 의정 대화가 원천봉쇄되었던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정부의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이제라도 성숙되고 합리적이며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뤄지길 기원한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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