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가속화하는 ‘노-노케어’ ... 고령 요양보호사의 해법을 찾아야

조진래 기자 2024-06-28 13:46:31
 
우려했던 노-노케어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우려를 낳는다. 이제는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마저 속속 고령화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부족한 노-노케어 일자리를 메우려 한다. 28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해 열린 2024년 제2차 장기요양위원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61.7세다. 사실상 이미 노-노케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좋은 의미에서 노인들이 일상에서 어떤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 가장 잘 아는 분들이 노인을 돌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실제 현실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 미스 매치 탓이 훨씬 더 크다. 

양질의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충분하고도 숙련된, 그리고 무엇보다 고령자 케어의 의무감이 충만한 인력이 필요하다. 조금 더 나이가 적은 노인이 자신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노인을 과다하게 돌보는 작금의 현실은 부실한 노-노케어만 낳을 수 있다. 정부 역시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보는 수급자 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그 해법인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점은 영 개운치 않다. 

복지부는 다음 달부터는 거주·영주, 재외동포, 결혼이민, 방문취업 비자 외에 ‘구직·유학생 비자’를 갖춘 외국인도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요양보호사로 취업할 경우 비자를 바꿔 주어 계속 한국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근로 형태보다 진일보된 정책이라 일단은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다만, 정부가 희망 하는 대로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보는 요양기관 입소자 수를 현재 2.3명에서 2025년부터 2.1명으로 줄이려면, 국내의 젊은 시니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 해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궂이 해외 유학생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젊은 시니어들이 지금도 넘치고 넘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시의회가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이런 ‘맞춤형 노인 일자리’의 확대 및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지금처럼 단순한 공공형 일자리도 꾸준히 유지해야 하겠지만, 시니어들이 가진 경험과 경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올해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가운데 고용장려금(14.8%), 직접 일자리(12.2%)에 비해 직업훈련 비중은 8.9%에 그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어르신이 원하고 또 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인 요양보호사를 노-노케어의 진화된 형태로 확대 재생산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은 힘이 들기는 하지만 가장 효율성 높은 해법일 수 있다. 대신,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충분한 교육과 실전 경험을 익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도 어르신을 돌보려 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나마 조금 더 젊은 노인이 조금 더 나이 많은 노인을 마음으로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성 있는 노-노케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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