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악성임대인 절반이 ‘임대사업자’로 각종 세제 혜택…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조진래 기자 2024-07-17 08:38:02

전세보증금을 가지고 장난치는 악성 임대인 가운데 절반이, 죄값도 치르지 않고 임대사업자 자격을 계속 유지하며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공분을 사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세 피해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범법자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제재하지 못하는 한, 전월세 사기를 근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현재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127명 중 53%인 67명이 등록 임대사업자로 계속 영업 중이다. 블랙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후에도 그대로 전세사기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모두가 선호하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각각 34명 중 25명(74%), 48명 중 26명(54%)의 악성 임대인이 임대사업자로 여전히 등록돼 우려를 낳는다.

이들 악성 임대인 67명이 피해자인 세입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보증금을 HUG가 대신 반환해 준 ‘대위변제액’만 무려 7124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악성 임대인 한 사람 당 무려 106억 원을 떼어먹었다는 얘기니 통탄할 노릇이다. 이런 대위변제 건수가 무려 3298건이라니, 그 만큼의 전세 피해자가 눈물을 삼켰다는 얘기가 된다.

더욱이 최근 열린 정보공개심의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7월 16일 현재 악덕 임대인은 208명으로 더 늘어났다. 이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금 반환채무도 총 3606억 원에 이른다. 평균 17억 3000만 원 꼴이다. 지난해 9월에 개정된 주택도시기금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전세보증 사고까지 포함하면 악성 임대인들의 보증금 반환채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탄할 일은, 이런 악덕 사기꾼들이 임대사업자라는 타이틀에 숨어 각종 세제 혜택을 그대로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임대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받고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다.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에서도 배제되어 각종 세제 혜택을 골고루 누리며 미꾸라지처럼 법 망을 빠져나가며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반 동안 보증금 미반환 등을 사유로 임대사업자 자격이 말소된 사례는 불과 7명에 불과하다. 악성 임대인으로 명단까지 공개되었음에도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자격 유지 여부 등에 관해 후속조치를 손 놓은 결과다. 명단을 공개해도 악성 사업자들이 콧방귀도 뀌지 않는 이유다. 전형적인 ‘행정 부실’이다. 

당장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부터 거둬 들여야 한다. 법으로도 그것이 가능하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6조 12항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지연해 임차인 피해가 명백히 발생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도록 되어 있다. ‘임차인의 피해’를 판단하는 기준도 당장 손봐야 한다.

현재는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법적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특히 악성 임대인이 여전히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유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조기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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