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임금체불액, 이대로 손 놓고 있을 것인가

조진래 기자 2024-08-01 09:09:07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액이 1조 원을 넘어섰다. 반기 기준 처음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이대로 가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역대 최고기록 1조 436억 원을 훌쩍 넘어 2조 원에 이를 기세다. 건설부문에서 특히 체불액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의 줄 폐업 역시 큰 요인으로 지적되어 우려를 낳는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임금체불액은 1조 436억 원에 달했다.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근로자만도 15만 50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체불액은 26.8%(2204억 원), 피해 근로자는 14.1%(1만 8636명)가 각각 증가했다. 국민 경제가 거의 파탄에 이를 지경임을 여실히 드러낸 수치다.

작금의 최악의 임금 체불 사태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다. 끝 없는 경기 부진에 버텨낼 장사(기업)가 없다. 노동력 증대 효과가 가징 큰 건설업 경기가 여전히 바닥이다. 상반기 체불액이 26.0%나 늘어났고, 전체 체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벌써 23.7%까지 높아졌다.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코로나 여파가 여전히 노동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확인되었다. 보건업 체불액이 상반기 71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나 급증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소규모 요양병원 등에서 경영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임금 체불이 일상화되고 있다. 여기에 내수 부진까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 체불액은 더욱 증가세다.

정부는 당장 체불 의심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 등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공염불이다. 임금 줄 여력이 있는데 임금을 주지 않는 악덕 사업주는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벅찰 만큼 최악인 경기 상황에서는 사업주만 벌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임금 체불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경기 회복에 정부와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기업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정부 재정을 이런 쪽에 더 많이, 집중적으로 투입해 더 이상 임금을 못 주는 상황이 없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을 제재하고 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일 년이 넘도록 싸움박질만 하는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금체불 피해자의 신속구제를 위해 약속한 ‘민·형사상 원트랙’ 구축 방안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노동약자 보호 방안을 찾기 위한 ‘임금체불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 연구용역부터 빨리 결과물을 내야 할 것이다. 임금체불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 찾기에 다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윤 대통령이 주문한 ‘노동법원’ 설치 문제도 조속한 시일 내에 가부 여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어떤 정책이든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제대로 추진될 수 있고, 시정이 가능해 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임금체불 규모도 큰 문제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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