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무분별한 상품권 발행 억제할 제도적 장치 시급하다

조진래 기자 2024-08-05 09:20:51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유통업계의 무분별한 상품권 발행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도 없이 발행되어 시중에 마구 뿌려지는 온갖 상품권 탓에 결국 휴지조각이 된 상품권을 산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지연 문제가 본격화하기 훨씬 전부터 선불충전금인 ‘티몬 캐시’와 각종 상품권을 대량 판매했다. 돌이켜보면 부족한 자금을 돌려 막기 식으로 해결하려던 의도였다.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할인해 판매하니 누구든 살 유인이 충분했다.

당시 티몬은 티몬 캐시를 10% 할인해 팔았다. 해피머니상품권 5만 원권을 4만 6250원에, 컬쳐랜드 상품권 5만 원권은 4만 6400원에 각각 판매했다.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자 제휴처들이 이들 상품권의 사용을 막았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보상도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형편이다. 해피머니의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누군가 보상해 주지 않는다면 이 상품권을 믿고 산 소비자들만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차제에 관련 법을 개정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표준약관을 정비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최근 열린 대책 회의에서 상품권 운용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닐까 걱정이다.

그동안 상품권은 규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무분별하게 발행되어 왔다. 현행 상품권법 상 누구나 인지세만 납부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음달에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된다고는 하지만 규제와 감시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상품권 발행 주체와 발행 한도에 대한 제한이 새롭게 마련되지 않는 것이 그렇다. 여전히 예치식이라 선불업자들이 용도 외적으로 거래대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거의 100%다.

법 개정으로 상품권 발행 업체들이 앞으로는 선불충전금을 별도로 관리하게 되지만, 그마저도 발행 잔액 30억 원에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만 규제 대상이 되어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는다.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상품권 발행을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판매대금을 방만하고 비 도덕적으로 오남용하는 사례를 막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지금 논의 중인 법안을 원점에서 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관리 대상 업체의 발행액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업체별로 연간 발행 한도에도 제한을 두고 그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도록 해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피해보상 방안도 당연히 검토되어야 한다. 이런 사태가 터지면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틀어막는 잘못된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시장이 보다 더 책임감을 느끼고 소비자 보호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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