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연금이 깎이는데도 국민연금 신규 조기 수급자가 급증하는 이유

조진래 기자 2024-08-12 10:38:06

그냥 정상대로 받을 때보다 연금액이 크게 주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은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1만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연금생활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만큼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이 12일 발표한 ‘최근 5년간 연도별 국민연금 조기연금 신규 수급자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 가운데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는 11만 2031명으로 사상 처음 10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4만 3544명에서  2022년 5만 9314명까지 큰 기복 없이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짧게는 1년, 길게는5년 미리 앞당겨 받는 제도다. 정년 전에 불가피하게 퇴직해 노령연금 수령 때까지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어 노후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조기에 연금을 수령할 경우 연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 연금액이 깎인다. 5년을 당겨 받을 경우에 원래 받을 수 있던 연금 보다 최대 30%나 감액된 연금을 평생 받게 되는 것이다. 1년을 앞당겨 받아도 원래 받을 연금의 94% 밖에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부터는 65세가 되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는 63세,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 그 이후로는 65세로 늦춰진 탓에 미리 연금을 수령해 놓자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국민연금이 언제 고갈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안그래도 많이 내고 적게 받는데, 앞으로 그런 추이가 가속화될 경우 자신이 받을 연금이 안전한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연금 조기 수령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는 얘기다. 명확한 근거가 없음에도 연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이런 양태를 낳고 있다.  

지난해 조기 연금 수령자들이 급증한 탓에 전체 누적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도 가파른 증가세다. 2018년 58만 1338명이던 것이 지난해 85만 6132명, 그리고 올해 3월 현재까지 88만 5350명에 이른다. 이 같은 추이는 연금의 안전성을 해치는 악순환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대비책이 요구된다.

특히 연금 조기 수령이 고령층 일자리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파른 속도로 빨라지는 고령사회에서 '젊은 노인들'이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해 최소한의 소득을 거둬갈 수 있게 하지 못하면, 연금 환경도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금개혁과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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