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고령 운전자들 불안케 하는 도심 땅 꺼짐에 만반의 후속 조치를

조진래 기자 2024-08-30 22:13:41

서울 연희동 성산로 출퇴근 도로에서 지난 29일 땅 꺼짐이 발생해 고령의 운전자가 운전하던 승용차 차체 전체가 곤두박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씽크홀의 크기가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에 이를 만큼 엄청난 크기였다는 점도 놀랄 일이지만, 사고 후 긴급 후속 대책이 제대로 취해지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와 고령 운전자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한다.

이 사고로 82세 운전자와 79세 동승자가 큰 변을 당했다. 뒷 차 블랙 박스에 찍힌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30일 오전에도 사고 지점에서  3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같은 도로에서 도로 침하가 추가로 발견되어 간장감을 더했다. 자칫 더 큰 인명사고로 확대될 뻔 했다. 우리 도로 안전 상태가 이 정도인가 우려가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명확한 땅 꺼짐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도로는 서울시가 지난 5월 참단 장치라고 할 수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실시했을 떼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곳이다. 당시 탐사가 날림이었든지, 한 여름에 빈번했던 폭우 탓이었는지, 아니면 주변에 공사 중인 빗물 유입 관로 공사의 영향이었는지 아직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되면 아무래도 전방 주시력이나 집중력, 돌발 상황에 대한 순발력이 덜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는 고령자들에게서 운전 면허증을 반납받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가 고령자를 비롯한 운전자들을 위해 진정 안전한 도로 운행을 보장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가장 일반적인 땅 꺼짐의 원인은 지하 하수관 손상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땅꺼짐 사고는 모두 879건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96건이 하수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수도에서 샌 물이나 빗물 등이 지반을 무르게 함으로써 땅 꺼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처럼 잦은 폭우가 발생했다면 더더욱 땅 무름이 촉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 땅 꺼짐이 언제, 어디서 재연될 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사고의 경우 땅 꺼짐의 전조 현상이 있어 지나던 차량들이 속도를 낮추는 등 나름의 방어 운전을 한 덕분에 추가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제대로 후속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추가 사고를 방지하려면 보다 탄탄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폭우가 잦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탐사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주변에 지하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건설 현장이 있거나 매립 지역이라면 더더욱 정밀한 탐사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전수 탐사 같은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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