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상속세, 유산 취득세로의 전환 서둘러야

조진래 기자 2024-09-10 15:10:13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빠르면 내년 상반기 경에 상속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법률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끈다. 현행 상속세법이 일각에서 ‘약탈세’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속세 체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일단은 긍정적이다. 

최 부총리의 이 같은 방침은 조세공평성을 높이는 한편으로 과세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법 정비 필요성을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 유언·법정상속분·협의분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민법과 재산분할 관행을 검토하고 실제 분할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일괄공제 폐지와 함께 배우자·자녀 등 상속인별 공제를 따로 설정할 필요성도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현행 체제에서는 돌아가신 분을 기준으로 유산세 형식을 적용하기에 전체 일괄공제를 하고 있지만, 유산취득세에서는 배우자나 자녀 같은 상속인별로 공제를 두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상속세가 ‘징벌적 상속세’라는 비판을 받아온 게 어제 오늘이 아니다. 차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했던 상속세율 30% 인하 등 논의가 다시 활발히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에 이르는 높은 상속세율로는 기업이 경영권 탈취 우려 없이 정상적으로 경영을 하기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해외 주요국들이 기업을 상속받는 시점에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후 기업을 접고 팔아서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 이득세’ 형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간관해선 안될 것이다. 당연히 상속세를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개편하려면 법 개정 등 정치적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정치권의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나마 ‘부자 감세’라며 무조건 상속세 개편에 반대만 해 오던 야권에서 최근 들어 상속세율 인하나 유산 취득세 혹은 자본 이득세 형태로의 전환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을 포기하게 만드느니, 가업을 이어받게 해 법인세를 더 내게 하는 것이 훨씬 나라 경제에 득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덕분이다.

차제에 상속세 전반에 관한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15개국에 이른다는 사실을 흘려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도 상속인별 상속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 취득세 체계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게 해선 안될 일이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기업이 문을 닫게 되는 나라에서 기업과 기업인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상속세율을 대폭 내리고 가업상속공제 및 연부연납을 확대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볼 때다. 영국 등 최근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들처럼, 우리도 상속세를 계속 존속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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