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매년 이 맘 때 주요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를 엄선해 소개하는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를 출간한다. 2025년 판에 소개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은 우리가 벤치마킹하기에 적합한 아이템들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 특히 점점 더 가팔라지는 고령화 트랜드에 맞는 아이템들을 골라 소개한다.
◇ 파킨슨병 환자를 걷게 하는 AI 신발
파킨슨병 환자들은 아무래도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의 스핀오프 회사인 ‘마그네스’가 2021년에 선보인 기능성 신발 ‘누슈(Nushu)’는 보행이 불편한 환자들이 더 오래, 더 멀리 걸을 수 있게 돕는다.
신발 내부에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시스템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와 프로세서, 그리고 10여 개의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보폭과 다리 각도, 발뒤꿈치가 지면에 닿는 정도, 보행 속도와 이동거리, 균형 등 30개 이상의 보행 데이터를 수집 측정해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촉각 신호를 보내줌으로써 발을 들어 올리거나 내디딜 타이밍을 알려준다.
‘누슈 대시보드’는 환자의 상태를 직관적이며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게 해 준다. 전용 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활동량 수치나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속도와 거리, 보폭 등 자신의 상태를 휴대전화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시간 및 거리별로 선택할 수 있다. 누슈는 파킨슨 환자 뿐만아니라 노환, 치매 등으로 인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 기차역의 모든 소리를 시각화된 문자로 바꿔 보여준다
일본 도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철도망을 가진 도시다. 하지만 철도역 정보의 대부분이 청각을 통해 전달되기에 농인이나 난청인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후지쓰가 다이닛폰인쇄와 협력해 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의 인프라를 활용한 소리 시각화 장치 ‘에키마토페’를 개발했다. 슈퍼 컴퓨터 PRIMEHPC FX1000을 기반으로 구축된 AI(인공지능) 학습모델이 적용되었다.
‘에키마토페’는 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를 시각적 신호로 변환해 농·난청인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소리는 그래픽으로 디자인되어 애니메이션 형태로 화면에 표시되어 시각적으로 재미를 준다. 안내방송도 즉시 문자로 변환되며, 역무원의 수화 동영상과 함께 55인치 대형 디스프플레이 화면에 표시된다. 열차 진입신호나 자동문 개폐 신호 등이 크게 표시되어 쉽게 알 수 있다.
후지쓰는 에카마토페 상용화를 목표로 인공지능 모델의 범용성을 강화하고 시스템의 연속 가동능력 개선, 문자 변환 정확도 향상을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궁극적으로 기술의 상용화를 넘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공생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포용성 제고가 큰 목표인 것이다.
◇ 할머니의 손과 테크의 만남 프랑스 남부 해안의 마르세유에서 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 ‘할머니의 손(Les mains de Mamie’)은 할머니들이 주인공이다. 모든 판매 제품이 100% 할머니들 손에서 만들어 진다. 사이트에 올라온 다양한 니트웨어 상품을 보고 사이즈와 디자인, 색상을 선택해 주문하면 뜨개질 잘하는 할머니들이 엄격하게 선택된 원사만을 사용해 그에 맞는 옷을 만들어 보내준다. 할머니들은 판매가격의 30%를 보수로 받는다.
창업자인 바로스 남매는 평생을 재단사로 일했던 친할머니의 알츠하이머 발병 소식에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노인들이 고립되고 있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위 세대에서 내려오는 기술을 보존하고 전수해야 할 필요성을 깊이 인식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사업을 통해 할머니들은 함께 어울리며 사회적으로 자신들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은퇴한 7090 세대 뜨개질 장인들이 모여 자칭 ‘할머니 갱단’을 만들어 지역 네트워크도 공공히 하고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단순한 스웨터 판매 전문 플랫폼이지만 퇴직 이후 노인들이 느낄 수 있는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주체로서 자긍심을 갖고 노후를 살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손은 젊은 세대가 주체인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노인들을 중요한 생산자로 부상시켰다.
◇ 나만의 치과 주치의 덴탈 AI ‘오버젯’
인공지능 기술로 치아 상태를 진단해 주는 소프트웨어 ‘오버젯(Overjet)’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 고객은 치과와 보험사다. 치과에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최적화된 치료방법을 선택하도록 돕고, 보험사에는 치과의 보험청구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과정은 결국 치과 치료를 받는 환자의 만족도로 이어진다.
오버젯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환자의 엑스레이 이미지에서 충치와 잇몸 병, 뼈의 상태 등을 파악해 치료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mm 단위로 분석해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줌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아껴준다. 인공지능이 축적한 수천 만 장의 엑스레이 이미지와 환자 개인 치료 기록 등 각종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버드 대학의 이노베이션 랩에서 출발한 오버젯은 2018년 3명의 MIT 및 하버드 출신 과학자와 치의학 박사가 공동 설립했다. 엑스레이 사진 분석을 통해 뼈의 양을 측정하는 ‘오버젯 덴탈 어시스트’와 충치 병변의 윤곽을 표시해 주는 ‘캐리스 어시스트’가 잇달아 FDA의 시판 전 허가를 획득해, 2024년 3월에 53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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