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가파른 고령화…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 다시 동결해야 하나

조진래 기자 2024-10-10 09:18:14

장기 요양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되, 65세가 안되더라도 치매나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생활하기가 어려운 분들에게 간호나 목욕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해, 수급자들이 납부하는 장기요양보험료가 산정된다.

이 제도는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 대상자를 입소시켜 지원하는 시설급여, 요양보호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돕는 재가급여, 그리고 도서·벽지 등 장기요양기관이 크게 부족한 지역의 대상자에게 가족요양비용을 지원하는 특별현금 급여 등 세 가지 형태로 지원된다. 재원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노후를 어렵게 보내는 분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이 영역에서도 인력 수급 문제가 간단치 않다. 정부가 다음 달 열리는 장기요양위원회에서 2017년에 이어 내년에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험료율이 동결될 경우 가장 직접적으로는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애쓰는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개선이 어려워지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건보공단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내년 장기보험료율을 최소한 1%라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마냥 인상을 주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화하는 경기 부진과 고물가·고금리, 그리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까지 생각해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이미 2년 연속 동결한 터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결국은 장기요양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답인데 이 역시도 여의치 않다. 건보재정 등에 비해 장기요양보험은 4조 원 가량의 적립금이 쌓여있어 당장 보험료 인상을 해야 할 요인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까지 4년 연속 당기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와 내년도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점에서 보험료 자체를 올릴 명분은 약해 보인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닥을 보이고 있는 여타 건보 관련 재정 상황, 그리고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는 고령화 추세로 볼 때, 장기요양보험재정이 지금처럼 안정적인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장기 저성장 기조에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실제 보험료를 내야 하는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장기적인 대책을 지금부터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큰 폭의 인상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보험료율은 건강보험료율에 대체로 연동되기 때문에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7~12%대로 인상되어 왔다. 올해는 전년대비 1.09% 인상되어 2017년 동결 이후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보였다.    가입자의 소득 대비 장기 요양보험료율은 올해 0.9182%를 비롯해 매년 1% 이상 오르지 않았다.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그나마 4조 원 가량의 여유를 가지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지금 최소한의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인상의 타이밍을 잘못 잡을 경우, 자칫 건보재정 꼴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와 건보당국의 보다 세밀한 점검과 의견조율을 기대한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