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25∼49세 남녀 25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 조사’ 결과(95% 신뢰수준 ±2.2%포인트)는 합계출산율 0.7대 시대의 대한민국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
미혼 응답자의 65.4%가 ‘결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거나 언젠가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3월에는 61.0%였다. 특히 30대 여성은 3월에 48.4%에서 무려 11.6%포인트 높아진 60.0%가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해 고무적인 변화의 기운마저 감지되었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71.5%에 달해 3월(70.9%)보다 약간 높아졌지만, 결혼 초입기 청년들인 25∼29세 남성은 3월에 68.3%에서 7.1%포인트나 오른 75.4%에 달했다. 가장 젊은 결혼 적령기 층의 결혼관이 상당히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체 응답자의 68.2%가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3월(61.1%)보다 7.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상적인 자녀 수도 평균 1.8명으로, 작금의 합계출산율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대로만 실행된다면 ‘인구 소멸국’의 불명예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지 모른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비록 유자녀 남녀의 추가 출산 의향은 계속 10% 언저리지만 결혼 후 아직 자녀가 없는 기혼·무자녀 응답자들의 절반인 50.7%가 출산 의지를 내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3월의 42.4%보다 8.3%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물론 어떤 통계나 설문조사든 크고 작은 오차나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 통계를 100% 확신할 수 없는 이유도 그렇다. 하지만 모처럼 힘이 솟게 해 주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기회로, 이들 응담자들이 실제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할 때다. 일단 응답자의 64.6%만이 정부의 저출생 대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한 것부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응답자들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분야(복수 응답)로 ‘일·가정 양립 지원’과 ‘양육 지원’, ‘주거 등 결혼·출산 지원’ 등을 꼽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저출산의 원인은 늘 분명한데, 결국 그것을 해결해 주지 못해 지금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위원회도 이번 조사가 주는 시사점으로,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나 출산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의 확산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소득 지원과 함께 그 동안 정부가 약속했던 수 많은 저출생 극복 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그나마 신혼·출산·다자녀 가구 주택 공급 확대나 신생아특례대출 가구의 소득기준 완화, 유치원·어린이집 무상교육·보육 정책 실현 등에서 서서히 효과가 나오는 듯 해 반갑다.
이번에 응답자들이 촉구한 ‘현장의 목소리’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크다. 실행 가능한 정책부터 하나씩 꾸준히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엄마와 아빠의 육아기 유연근무 사용 활성화가 84.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눈 여겨봐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소아의료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임산부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추가 확대하는 것과 같은 ‘친 임산부’ 정책이 끊기지 않고 보다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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