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세계최고 수준 상속세… 상식적인 수준의 세제개편 절실하다

조진래 기자 2024-11-19 16:59:08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고, 국회에 상속세제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현행 상속세율로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제의 역동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는 대한상의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에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대폭 낮추고, 그 동안 독소조항으로 비판을 받던 최대주주 보유주식 20% 할증 과세까지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상황이다. 지난 9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한 터라, 향후 국회에서 정치권의 논의 및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대한상의는 먼저, 최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가 가업 승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져 기업의 계속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최대주주 지분에는 최대 60%까지 상속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처럼 상법상 경영권 방어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투기세력의 악의적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밖에도 과중한 상속세가 기업 투자를 약화시키고 주가 부양을 어렵게 해 경제 역동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OECD 회원국 38개나라 중 최고세율 2위(최대주주 할증 과세 시 1위)로 전 세계 추세와 괴리가 발생하고 있고, 소득세와 상속세의 이중과세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상속세 회피를 위한 탈세 야기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현재 주요 선진국 정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상속세율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국가경제가 살아날 수 있음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기업에 족쇄를 지우는 과도한 상속세를 우리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에서 나왔던 주장들을 다시 한번 복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제는 응능부담(능력에 맞는 부담) 원칙에 미흡하다”며 현행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형태로 개편할 것을 촉구했다. 그래야 과세 형평성도 높이고 기부 활성화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금처럼 상속재산 전체에 과세하지 않고,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유산취득세다. 정부 역시 유산취득세 전환을 위한 개편을 공언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된 세제 개편안에도 그런 정신이 충분히 담기지 못해 못내 아쉽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이 반영되었으니 이제 유산취득세 전환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대통령 탄핵 공방과 야당 대표 사법처리 건으로 원수 사이가 된 여야가 과연 기업에 힘을 실어줄 이 세제개편안을 제대로 심의될 수 있을 지부터 걱정이 앞선다. 기업이 경쟁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3류로 추락할 것이고, 우리 경제 역시 3류로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상식적 수준의 상속세 논의와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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