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모두가 알듯이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상속세 최고세율이 2위다. 최대주주 지분에 붙는 할증 과세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1위다. 지금 같은 고율의 상속세율을 유지하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선진 해외기업들과 다투라고 강요할 순 없다.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 상속세제는 2000년 이후 무려 24년이나 바뀌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이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때 마침 한국경제인협회가 최대 60%에 달하는 우리나라 상속세율을 낮추면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 전체가 개선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상속세 부담을 낮추면 그만큼 개인 소득은 물론 기업 가치도 동시에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속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낮추려는 정부의 추진 방침에 무게를 실어주는 주장이다.
한경협이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을 대상으로 1965년부터 2022년까지 58년 동안의 각종 경제 지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독립변수인 정부의 상속세수와 종속변수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 및 시가총액 간의 관계를 실증 분석해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높은 상속세는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상속세수가 10% 줄면 장기적으로 1인당 GDP가 0.6% 증가할 것이라 추산했다. 증시 시가총액도 6.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그런 효과가 나타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수 년 정도가 지나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한경협의 전망이다.
한경협은 상속세율 조정을 넘어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면 소득 불평등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속세를 이미 폐지한 캐나다나 호주,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물론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데이터를 비교해도 상속세가 분명히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낮춰준다는 통계적 유의성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관련 정책 보완을 위해 마련했던 공청회에서도 상속세 과세방식의 변화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재산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세 방식을 새별 상속인이 실제로 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일본처럼 경쟁력 있는 가업들이 10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도록 가업상속 공제도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궂이 한경연 보고서를 핑계삼지 않더라도,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면 기업이 더욱 큰 날개를 날고 우리 경제가 더 빨리 회복될 수 있음은 누구나 다 안다. 세수 확보가 시급한 정부가 앞장서 상속세제를 개편하자는 판에,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에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에 더 속도를 내고, 정치권은 국가와 국민경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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