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 침체에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그 일자리의 질적 저하 현상이 두드러져 우려를 키운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젊은이와 대기업의 일자리가 처음으로 감소하는 기현상을 빚고 있어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자리는 연간 2666만 개로 2022년에 비해 20만 개(0.8%) 느는 데 그쳤다. 증가 폭과 증가율 모두 2016년에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저조한 수치라고 한다.
나가 기관인 통계청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2021년과 2022년에 일자리가 각각 85만개 이상 씩 늘어난 이른바 기조 효과 탓이 크다고 하지만, 20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지 막막할 따름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기업이 소멸되고 그나마 남아 있는 기업들도 속속 사업을 축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른바 ‘소멸 일자리’가 277만 개나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 우리 나라 경제가 얼마나 비상 상황임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전년과 동일한 근로자가 점유한 ‘지속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77.4%인 2064만 개에 달했지만, 퇴직이나 이직 등으로 인해 근로자가 대체된 일자리가 304만 개(11.4%), 특히 기업 생성이나 사업 확장으로 생긴 신규 일자리는 298만개(11.2%)에 그쳤다.
보건·사회복지업(10만개)이나 제조업(6만개), 숙박·음식업(6만개), 전문·과학·기술업(4만개) 등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견인해 왔던 금융·보험업은 6만개나 줄었다. 지점 축소와 희망퇴직에 도해 신규 채용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서민들 취업이 가장 많은 운수·창고업과 도소매업도 각각 5만 개, 4만 개 씩 줄었다. 이들 업종에는 20대 근로자가 많이 일한다는 점에서 도소매업 일자리 감소가 결국 20대 젊은이들의 일자리 위축을 불러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20대 일자리는 전년에 비해 8만 개나 줄어 역대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한찬 일해야 하지만 조기 퇴직의 어두운 그늘 속에 살고 있는 40대 역시 일자리가 11만 개나 줄었다. 60세 이상이 38만 개나 늘어 고령화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50대 일자리도 3만 개 가량 늘고 이 연령대 일자리 비중이 전체의 24% 가량을 차지하는 것은 일견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들 역시 최근에는 조기 희망퇴직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업 규모별 일자리 추이를 보면 거 걱정이다, 우리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대기업 일자리가 441만 개로 전년보다 4만 개나 줄었다. 중소기업 일자리가 1654만 개로 전년 대비 15만 개 늘었지만 이들의 고용능력 창출력은 한계가 너무도 뚜렷해 보여 안타깝다.
요즘은 투 잡이 대세가 되고 있다. 주 직장 외에 다른 업무를 파트 타임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절박한 근로자들이 계속 늘어만 간다.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화수분처럼 발현되지 못한다면 지금 지키고 있는 일자리도 언제 남의 것이 될 지 모를 일이다.
기업이 당연히 기업가 정신을 되찾아 적극 힘써야 하겠지만, 정부와 지차체 역시 일자리 창출의 주역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사람도 모으고 서비스도 모인다.
그래야 지역경제도 살고 지방소멸이라는 말도 사라진다. 각 자치단체의 정책결정자들은 구태의연한 예산 벌이 꿍꿍이에서 벗어나 실제 기업과 지역에 도움이 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한 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지금 국내외 상황에서 지자체가 기업과 보조를 같이 맞추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경제를 제 멋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그릇된 정책, 기업을 이기려는 정치 모두 지금 대한민국에선 발목 잡기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정치와 기업이 힘을 모아 양질의 일자리를 부단히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작금의 대한민국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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