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하늘의 별 따기’ 내 집 마련… 이래서 노후가 더 불안하다

조진래 기자 2024-12-27 09:14:28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13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가능하다는 국토교통부의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는 서민과 청년, 그리고 안정된 노후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허탈감을 준다. 2022년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절대 값이 워낙 커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이야 워낙 집 값이 비싸니 그렇다 쳐도, 다른 지역 거점도시들도 사정은 매 한가지다. 오랜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한 덕분이라고 하지만, 정작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수요자들 수입 역시 변변하게 나아진 것이 없으니 사실상 전국 어디에서도 지금의 경제력만으로 내 집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내 집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전세나 월세를 살아야 하는데 이 역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세입자들이 월 소득의 15.8%, 특히 수도권은 20.3%를 임대료로 지출한다니 정상적인 가계 소비가 이뤄질 리 만무다. 집 값이 떨어졌음에도 수도권은 임대료 지출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하니 내 집 마련은 정말 남의 나라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주거지원 프로그램에 ‘매매·전세 대출 지원(35.6%)’이 꼽힌 것이 당연하다. 전세자금 대출지원(24.6%), 월세보조금 지원(11.0%) 등이 뒤를 이었으니 결국 ‘돈’이 좌절감의 원흉인 셈이다. 전체가구 가운데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구도 40.6%로 전년 보다 3.0%포인트 높아졌다. 

자기 집을 가진 가구가 60.7%에 이르고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데 아직도 내 집이 없는 가구가 40%나 된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 국민들에게 ‘내 집’은 로망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주택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이 87.3%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2.3%포인트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절대적인 수치다.
 
지금처럼 내 집 마련하는데 평생 쓸 것도 못쓰고 모아야 한다면 그것만큼 한 숨나오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내 집에 대한 ‘꿈’이 ‘욕심’이 되면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사회가 된다. 내 집 마련이 이렇게 어려우니 갖가지 편법과 탈법이 자행되고, 내 집이 없다는 박탈감에 너나 없이 더더욱 '내 집'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내 집 없이도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최선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한편으로 집 값 안정을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 집 마련’이 보다 쉬운 주거 환경을 만들어 주는 투 트랙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아파트 과열을 막겠다며 대출을 꽁꽁 묶어버리자 실수요자들도 대출에 애를 먹고 있다. 선별해 막을 수 없으니 다 막아버리는 무작위적인 규제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될 일이다.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더 늘라고 시장의 가격 안정을 도모할 추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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