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대학등록금 인상으로 부모들 허리 휘지 않기를

조진래 기자 2025-01-15 09:06:57

교육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대학등록금 인상 도미노가 거세다. 연세대와 서강대, 국민대에 이어 고려대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키로 하는 등 서울 사립대학들이 잇달아 등록금 인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혹독한 재정난 속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지방 사립대를 시작으로 이제 서울 사립대까지 속속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강대가 가장 먼저 4.85%를 인상하기로 첫 총대를 맨 이후 국민대가 4.97% 인상을 결정했다. 이어 연세대는 올해 대학이 인상할 수 있는 법정 최고 한도인 5.49% 인상 안을 학생회에 제시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도 등록금 인상 방안을 내부적으로 심의한 상태에서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각종 공공지원금 지급을 무기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지만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계엄 사태로 인해 정부 지배구조에 생긴 틈을 타, 대학들이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2022 학년도에 6곳의 사립대에 그쳤던 등록금 인상 대학이 2023 학년도에는 17곳(국립 8곳, 사립 9곳)에 달하는 등 등록금 인상 대학은 매년 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151개 회원대학 중 32%인 48곳이 올해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인상을 논의 중인 곳이 38곳에 이른다고 한다. 등록금 동결을 밝힌 곳은 한성대를 비롯해 4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결 대학들 역시 인상이 불가피함에도 동결했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60여 곳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사립대학들은 하나 같이 16년 동안 등록금 인상이 불허되면서 엄청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로 인해 교육환경과 교육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3일 교육부 차관 주재 영상 간담회에서도 총장들은 “더 이상 정부 요청으로 한 해 한 해 연명하듯 대학을 유지할 순 없다”며 동결의 불가피성을 토로했다.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대학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안 오르는 것이 없는 동안에 유독 대학 등록금만 정부의 강압에 못 이겨 동결에 동결을 거듭해 왔다. “능력이 안되면 통폐합하라”는 압박도 오래 버터 왔다. 등록금 인상 여부가 학생들과 논의 후 자체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대학의 ‘자율적 판단’이라는 점도 존중되어 마땅하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과 병행해 반드시 대학 차원에서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 있다. 대학 자체의 구조 및 체질 개선 노력이다.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외에는 마땅한 자체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서 교직원들 임금은 민간 기업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고 정년 보장까지 어렵지 않으니 문제다.

대학 스스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대학이 교육의 요람이라는 인식에만 빠져 자생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잘못된 교육이다. 학생들에게 창업 분위기를 확산하고 그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민간기업처럼 수익성 있는 투자 대상을 찾아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장학금 제도 개편도 시급한 과제다. 대부분 학생이 장학금을 받는다고 홍보하는 사립대학들이 많다. 들여다 보면, 대부분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형태다. 외부에서 투자금을 유치해 재원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 형편 등 경제력만 따져 혜택을 주려는 행태도 고쳐야 한다. ‘열심히 잘 하는 학생’에 대한 혜택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일년 치 대학등록금이 1000만 원을 훌쩍 웃도는 시대다. 부모 연봉이 5000만 원 정도라고 하면, 기타 학비 지원과 생활비에 쓰다 보면 남는 것이 없어 부모들 등골이 휠 정도다. 이런 교육 환경 속에서 등록금 인상을 관철하려면, 학생들이 보다 많은 실질적인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한 학생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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