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것이 사라지는’ 인생 후반… PAR3 공략법으로 극복하자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전하는 '인생 후반 공략법' 세 가지
이의현 기자 2025-02-22 00:18:29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인생 후반기에 들면 폭풍 같은 변화가 온다. 있던 것 들과의 이별이 대표적이다. 부모의 죽음, 자녀의 독립, 정년 퇴직 등 갑자기 없어지는 것 들이 생겨나 삶에 충격과 변화를 준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이런 시기에 인생 후반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해 주목을 끈다. 이른바 PAR 3 공략 법이다.

골프을 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전반 9홀과 후반 9홀 등 골프 코스는 기본 18홀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파 3 홀은 전·후반에 각각 2개씩 모두 4개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의 삶도 인생 전반과 후반이 있으니 비슷한 셈이라고 해 김 고문은 이를 ‘인생 후반의 파 3 전략’이라고 이름 지었다.

김 고문이 말하는 PAR은 페르소나(persona)와 아레테(arete), 그리고 관계망(relationship)의 첫 영문자를 조합한 조어다.  그는 인생 후반이 될수록 1에서 0으로 많은 것이 사라지듯이 디지털에 가까울 정도의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며, 변화가 큰 만큼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고 했다. 있다가 없어질 때 사람들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심리학자인 홈즈 앤 리헤의 ‘홈즈 앤 리헤 스트레스 척도’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 1위가 ‘배우자 사망’이고, 2위가 ‘이혼’, 3위가 ‘별거’, 5위가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었다, 결국 나와  함께 있다가 없어지는 것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인생 후반의 관건인 셈이다.

김 고문은 그 해답으로, 변화에 대해 페르소나(persona)를 바꾸고, 나의 가치를 부단히 지키기 위해 아레테(arete)를 실현하고, 관계망(relationship)을 확충하자고 권유한다. 바뀌는 무대에 맞게 자신의 역할(페르소나)을 바꾸는 노력과 함께, 가장 자신 있는 저만의 재능과 취미를 깊이 파고, 부부와 자녀는 물론 친구 등과의 사회적 관계 개선에 부단히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시대 연기자들이 썼던 가면에서 기원한 단어다. 사회적 역할이나 배우에 의해 연기되는 등장 인물을 뜻한다. 현대인들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각각 다른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김 고문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생 오전에 가장 잘 나가던 때의 페르소나를 오후에도 그대로 쓰고 다니니, 인생 오후의 큰 낙차(落差)에 적응 못하고 현기증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직장 상사로서의 페르소나와 가정에서 아빠로의 페르소나가 다르 듯이 인생 오전과 오후에 쓰는 페르소나도 달라져야 할텐데. 많은 사람들이 새 배역을 찾지 않고 최전성기에 갖고 있던 직함으로 계속 불리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퇴직 후 물 빼는 데 3년 걸린다는 말을 한다”며 “정신 건강이 좋은 사람은 페르소나 하나를 평생 고집하는 게 아니라 때에 맞게 잘 바꾸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레테’는 자신만이 가진 힘이나 강점을 말한다. 탤런트(talent)와 유사한 개념이다. 김 고문은 인생 후반에는 이것 저것 다양하게 할 것이 아니라 자신 있는 하나를 계속 깊게 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가치를 나중에라도 제대로 인정 받으려면 전문성을 보다 깊게 해서 ‘독보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인생 오후는 넓어지기보다는 하나를 선택해 깊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괴테는 거작 ‘파우스트’를 23세에 시작해 죽기 1년 전인 82세에 완성했다”면서 “내 안에 끈질기게 있는 힘, 즉 아레테를 가장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기를 발견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모르던 나의 아레테를 인생 오후에 발견할 수도 있다면서 세상에는 뒤늦게 자신의 아레테를 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관계망’과 관련해서는 “열심히 운동 한 사람보다 관계망이 넓은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오죽했으면 영국은 고독부를 신설했겠는가”라며 “실제로 우울하고 고독한 노년은 하루 15개피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롭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관계망은 아름드리 참나무와 같다”며 20년 이상 오래 유지된 관계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부와 자녀, 친구, 사회 관계망이 잘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관계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부부의 관계라고 했다. “인생 오후라는 삶을 등반할 때 이것이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준다”고 했다.

김 고문은 “삶은 디지털적이며, 인생 오후는 더욱 그렇다”며 페르소나를 잘 바꾸고, 나의 아레테를 발현하고, 관계망을 잘 유지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인생 오후라는 골프장에서 par3 홀을 공략할 수 있는 비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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