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정년 퇴직한 직원들의 재고용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 자녀를 둔 퇴직자에게 채용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일자리 및 복지 정책이 추진되는 분위기라 더욱 주목된다. 기업이 저출생 고령화라는 현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에 매우 유효한 해법을 제시해 주는 듯 해 뿌듯하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대구시가 처음으로 다자녀 가구 공무직 직원에 대해 퇴직 이후에도 1년 내지 2년의 재고용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다른 지자체나 기업들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아 안타까왔던 차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동참한다니 반갑고 또 감사한 일이다.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4일 잠정 합의한 2025년 임금·단체협약은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의 새로운 일자리 복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 노조가 세 자녀 이상을 둔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 후 재고용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는 합의안을 도출해 낸다면 그야말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제까지 삼성전자가 새로운 인사 제도를 만들어 추진하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확산되는 사례가 많았기에 삼성전자의 이런 새로운 시도는 당연히 환영받아 마땅하다. 다른 기업들도 이미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경주하고 있어 ‘기업발 저출생·고령화’ 대책의 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동국제강그룹이 2019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 자녀와 첫 등교를 함께 하라며 자녀 1명당 2~5일의 특별휴가를 주는 것이나, 두산그룹이 올해 육아휴직 서포터즈 지원금을 신설해 6개월 이상 육아 휴직자의 소속 팀원에게 1인당 최대 50만 원을 지급하는 새로운 시도들도 저출생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시도로 받아들여 진다.
지난해 초에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아이 출산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씩을 주고 있는 부영그룹이나, 지난해부터 임직원에게 첫째 500만 원, 둘째 1000만 원, 셋째 1500만 원, 넷째 2000만 원의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는 금호석유화학그룹 등의 사례도 결국은 ‘기업이 나서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애국자’다. 일자리를 놓지 않고 60이 넘어서 까지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이들 역시 애국자들이다.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노인 국가’ 일본에서는 대학 졸업생들이 사실상 완전 취업을 향유하고 있음에도 산업 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이 60이 넘었다고 퇴물 취급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이제는 70세, 80세가 되어도 자기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다. 고용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이 먼저 퇴직 후 일자리의 물꼬를 터준다면,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 경제 회복과 도약에도 분명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민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들도 이 대열에 동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령자 고용 촉진 정책이 젊은이의 일자리를 빼앗아 결국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는 기우(杞憂)다. 젊은이가 할 일과 고령자들이 할 일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무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들이 고령자의 오랜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큰 성과를 보장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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