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개최한 퇴직연금 업무설명회에서 발표된 우리 퇴직연금의 실상은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 노후를 보내고 있는 많은 시니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최근 10년간 수익률이 연 평균 2%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라는 발표에 허탈함까지 인다.
2005년에 도입되어 올해로 20돌을 맞았건만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이 2023년 말 기준으로 2.07%에 불과하다니, 3% 안팎인 한 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노후의 유일한 버팀목인 퇴직금을 고스란히 까먹고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최근 5년 수익률은 평균 2.3%라고 반박하는 이도 있지만 그리 큰 차이도 아니고 더더욱 이 수치 역시 2023년에 5.26%를 기록한 덕분일 뿐이다.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00%, 2022년 0.02% 등 사실상 매년 퇴직금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퇴직연금은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위한 자금줄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많은 참석자들, 특히 정부 당국이 퇴직연금 운용사업자들에게 “퇴직연금도 이제는 고객 수익률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성토한 이유도 이해가 된다.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해 운용 수익률이 15.0%에 달해 지난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덕분에 기금의 누적 수익률도 연평균 6.82%로 높아졌다. 아무리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운용방식이 다르다고 하지만 너무 차이가 크다.
일부 사업자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나 수수료 수입에만 몰입하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수탁자로서 가져야 할 ‘선관주의 의무’, 즉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충실히 다 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이런 저조한 수익률은 나 몰라라 하고, 가입자로부터 수수료만 얻어가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영업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고객에게서 거둬가는 수수료 규모가 매년 크게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1조 7000억 원에 근접했다.
많은 연금 및 투자 전문가들이 퇴직연금 운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전문성 높은 ‘기금형’ 대신 각자 알아서 투자하라는 식의 ‘계약형’을 고수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국민연금도 주식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들고 일어나 반대했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십 수년 간 투자 및 운용 방식의 개선을 통해 국민연금이 지금의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낸 반면 퇴직연금은 여전히 소극적인 대처로 소중한 고객의 퇴직금을 까먹고 있다.
국민연금이 처음 그러했듯이 퇴직연금도 위험성이나 변동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가 원금마저 까먹을까 두려워 ‘변화’와 ‘도전’을 꺼린다. 원리금이 안전하게 보장되는 상품에 고객 돈을 묻어 놓고는 얼마 되지 않는 수익률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의 거의 90%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몰려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퇴직연금 운용사업자에게 국민연금 기금처럼 높은 수익률을 내 보라고 강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이라도 기금형 퇴직연금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줄이어 촉구하지만 여전히 ‘소 귀에 경 읽기’다. 정부는 욕 먹을 까 두려워, 수탁기관들은 자신들의 전문성 부족이 탄로 날까봐 머뭇거리다 제도 개혁의 시기를 놓친 것이다.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치고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없는 국가는 우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지적을 정부와 금융당국은 따갑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수탁기관들도 투자전문성을 더욱 높여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퇴직연금 하나 믿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많은 시니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민간 위주의 퇴직연금과 공공 위주의 국민연금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듯 수익률 경쟁을 펼쳐, 그 수혜자들에게 의미 있는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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