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개인과 기업의 빚 가운데 절반 가량이 부동산 관련 대출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대한민국=부동산 빚 공화국’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부동산에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빚이 몰려 있고 현금화마저 어려우니 경제의 역동성이나 금융의 안정성, 가계의 경쟁력이 발목 잡히지 않을 방법이 없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부동산 신용집중 구조적 원인과 문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 신용 규모는 작년 말 현재 1932조 5000억 원으로, 전체 민간 신용의 49.7%에 달한다. 여기서 부동산 신용은 금융기관이 공급한 가계 부동산대출과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의 합을 말하는 것이니 심각성이 더해진다.
이렇게 부동산 부문에 이렇게 대출이 집중된 것은 가계·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단기간에 급증한데다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자본 부담이 적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금융기관들이 지나치게 이자 수익 중심의 영업관행을 고수한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정부가 진행해 온 정책 대출도 부동산 쪽으로 신용이 과도하게 쏠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정책자금 대출 금리가 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배제 같은 이점이 더해져 너 나 할 것 없이 정책 대출 쪽으로 몰려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대출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집중될 경우 부작용과 후폭풍이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부동산에 민간신용이 집중되고 계속 늘어난다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사롭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에 자산이 묶여 자본 생산성이 더 떨어지게 되어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약해지고 경제 역동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만일 어떤 충격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치명적인 오류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담보가치가 줄고 채권 회수율이 급락하면서 건전성은 악화되고 결국 소비와 투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이 “이런 상황이라면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 쏠림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은행권 부동산 대출 관련 데이터베이스의 열악함에 있다. 금융권 부동산 대출의 과도한 규모 만큼이나 그 데이터 베이스가 과연 정확하게 축적되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관련 데이터 베이스의 보완을 강조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금융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금융회사들도 부동산 빚 축소를 위한 보다 현실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위험도 높은 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역시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업종별 대출 한도 조정은 물론 비은행권에 대한 특단의 공동대출 관리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금들이 보다 생산적인 쪽으로 유도되어 경제 전반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인센티브를 재설계하는 것도 검토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수요자들의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도 긴요하다.
현재로선 부동산 신용이 더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지 않도록 적정 수준을 타깃으로 해 속도 조절을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날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대로 부동산 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신용공여 한도 규제, 가계 DSR·임대업자 RTI(임대이자보상배율) 강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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