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사국이 김대일 서울대 교수와 함께 8일 낸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이라는 보고서는 초고령 사회를 맞은 우리나라가 고령층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대변해 준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고령층이 더 오랫동안 생산적으로 일하게 하려면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정년을 연장해 일하는 연한을 늘리기 보다는 퇴직 후 일자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훨씬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성별·연령별 고용률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향후 10년간 우리 노동 공급 규모가 141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게 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0.33%씩 10년 간 무려 3.3%나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고령층들이 계속 일할 의지가 있는 상황에서 은퇴 후 갑자기 맞게 될 소득 공백 등을 고려할 때, 고령층이 더 오랫동안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며 퇴직 후 재고용 확대만큼 확실한 대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결론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현실과의 괴리에 있다. 고령화 일자리의 해법이라는 정년 연장이 청년고용 확대와 충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 욕심은 논의 자체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 왔다.
실제로 한은 분석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임금 조정 없이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서, 그 혜택은 철저히 노조가 집단 교섭력을 가진 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됐다. 오히려 이 제도가 조기퇴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고령 근로자가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청년 근로자는 1명씩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정년 연장이라는 제도 자체가 가진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보여 준다. 결국 해법은 임금 체계조정이 따라붙는 정년 연장, 그리고 퇴직 후 재고용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일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는 집단이고, 비용을 통제하는데 있어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청년 고용 등 신규 일자리를 줄이는 것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의 이런 속성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임금 조정 정년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의 조합이 더더욱 현실적이다.
청년들을 설득하는 데도 이 만한 정책 조합이 없을 것이다. 퇴직 후 재고용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어느 수준 이상의 생산성이 담보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수준의 임금 조정이 받아들여진다면 신규 청년 인력 운용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우리 노동시장 환경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차선을 하루빨리 도입할 필요가 크다. 상대적으로 고용 구조조정이 어려운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시행해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고령층의 계속 근로를 왜곡된 시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이들의 경험과 경륜을 적당한 가격에 사서 후대 청년들에게 연결시켜주는 것도 나라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방안임을 공감할 필요가 있다.
임금체계를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면, 숙련된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고용시장에 머물게 만드는 큰 유인책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여전한 만큼, 단계별로 유연하게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지금은 제도 시행의 물리적 급박성 보다는 유연한 고용시장 환경을 점진적으로 가꿔가는 노력이 더 절실해 보인다. 임금체계부터 유연하게 재조정하고, 고령층의 계속 근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시스템 보완이 함께 따라가 준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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