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향 100세 지원책] 춘천시 ‘봄내여성복합커뮤니티센터’ 본격 운영 등
2025-06-06

나이가 들수록 노후에 어디에서 지낼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공동 커뮤니티 시설이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거주 여건이 충분치 않아 ‘고독사’ 같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곤 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의 저자인 김경인 박사와 이필재 인물 스토리텔러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끈다. 김 박사는 ‘세대 교류형 주거시설’ 건립을 적극 주장했다.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해 요약 소개한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의 저자인 김경인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다른 세대와 섞여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 청년, 아동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주거, 이른바 ‘세대 교류형 주거시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실버타운처럼 65세 이상 노인만 들어갈 수 있고 가족도 같이 못 들어가는 시설은 오히려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우리 사회에는 ‘노인 혐오’ 문제가 있다”면서 “노인과 청년이 같은 공간에 있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돼 세대 간 단절과 노인 혐오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들끼리만 어울리면 서로 우울해진다고 했다. 세대가 섞여 지내다 보면,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하는 것이 이른바 ‘세대 교류형 주거시설’이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일종의 ‘공동주택’이다. 노인들에게 편리하고 노인이 특별 배려도 받는 시설을 말한다. 김 박사는 “일본의 경우 ‘돌봄’에서 ‘자립’으로 노인정책의 키워드가 바뀌고 있다”면서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노인도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존엄과 자립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세대 교류형 주거 시설의 핵심 콘셉트는 다른 세대끼리 만나는 공간을 반드시 설계에 반영하고 그곳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한 건물 안에서 세대들이 서로 섞일 수도 있고 별도의 커뮤니티 시설에서 섞일 수도 있다. 그냥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 수직적 세대 교류인 셈이다.
그는 “이렇게만 해도 노인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얻고 고립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으로써 노인들도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치매 노인도 이런 주거시설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세대 교류형 주거시설을 만드는 방법론이다. 일본의 경우 임대 아파트에 빈집이 생기면 고령자를 입주시킨다고 했다. 분산형 고령자 주택으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세대 교류가 이루어진다. 리모델링하면서 도심 공동주택의 특정 동을 고령자 주택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하면 식당·도서관 등의 동네 커뮤니티 시설에서 교류가 일어나게 된다.
특정 건물 1층에 노인시설과 어린이집을 배치하고, 2~3층에 젊은 세대를 위한 시설을 넣기도 한다. 그 위엔 서비스가 필요한 고령자를 위한 시설, 맨 위에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고령자 시설을 입주시키는 형태다. 그렇게 한 건물 안에서 각종 세대가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간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는 구조다.

김 박사는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제도 면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모든 세대가 교류하는 복합 시설을 만들려면 노인 시설과 청년 시설의 관리부서가 일원화되어 있어야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는데, 우리는 이것이 서로 달라 필요한 예산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부서 간 칸막이 탓에 원스톱 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노인 문제를 ‘돌봄’으로 접근하면 모종의 시설이 필요하고, ‘자립’으로 접근하면 그냥 본래 살던 집이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치매도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분리’하기보다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서 라도 세대 간 교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래서 실버타운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심지어 “실버타운의 여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치매가 빨리 온다”고 했다. 모든 것을 서비스 받다가 자칫 기능이 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음식을 만들려면 머리도 쓰고 근육도 움직여야 한다면서 “요리야 말로 치매를 예방하는 운동이자 종합예술”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편의성’은 뛰어나지만 ‘고립된 성채’처럼 개방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호텔처럼 시설은 세련됐지만 인간적인 따뜻함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실수요자인 노인이 아니라 입주 의사결정을 하는 자녀들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버타운 설계에 실버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노인의 정체성도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자 사고의 63%가 집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나이가 들면 집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집에서 넘어져 낙상을 당하고 나서 집을 고치는 것은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욕실 바닥을 논슬립 타일로 바꾸거나 논슬립 스티커를 붙이고, 슬리퍼도 논슬립 슬리퍼로 바꾸고, 화장실에 손잡이(핸드레일)을 다는 등의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지장애를 겪는 노인들을 위한 조언도 주었다. 현란한 패턴의 벽지는 피하고, 벽과 바닥 색을 달리하는 게 좋다고 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사물을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물 간에 색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옛 기억을 상기시키는 가족사진이나 기념이 될 만한 물건 같은 것을 배치할 것도 권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노후에 살 집은 ‘접근성’과 함께 무엇보다 집 안이 ‘안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집을 나서면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가능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람은 하루의 90% 가까이를 건물 안에서 보내는데, 그 공간이 노후에는 거의 집”이라며 “외출의 편의를 생각하면 역세권에 6층 이하의 공동주택이 바람직하며, 주변에 녹지가 있고 병원이 가까우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김 박사는 마지막으로, 노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자율성’을 첫손에 꼽았다. 또 교류할 친구가 있고, 의미 있는 활동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득이 나오는 경제 활동이면 더 좋겠지만, 봉사활동이라도 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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