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빠른 퇴직과 은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조진래 기자 2023-04-20 17:51:27
장기 불황 등의 여파로 조기 퇴직이 늘고 있다. 더불어 ‘은퇴’가 더 이상 ‘정년’을 의미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5060 세대는 물론 3040 세대에도 조기 퇴직과 조기 은퇴는 곧 다가올 현실이다.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 퇴직과 은퇴에 준비 없이 맞는 중장년이 많다. 강제 최직 혹은 강제 은퇴 당하기 전에 대비 플랜이 필요하다.

자신의 템포대로 환경 변화를 맞으려면 3040 때부터 나름의 장기플랜을 짜 두어야 한다. 재무적 준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재취업을 위한 새로운 기술 습득, 꾸준한 건강 관리, 그리고 가족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닥쳐온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대비하는 ‘강한 멘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아직은 은퇴자신감 높은 4050 직장인들, 하지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작년 3분기에 ‘예비 은퇴자’인 4050 직장인 2000명에게 은퇴 자신감을 물었다. 평균 은퇴자신감 점수가 10점 만점에 5.2점이었다. 예상대로 은퇴자신감이 높은 사람들(8~10점대)은 연금과 금융소득 등 노후소득 수단을 평균 5.1개를 준비해 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가계 순자산은 9억 4000만 원에 달했다. 반면 은퇴자신감 점수가 4점 이하로 낮은 그룹은 평균 3.8개의 노후소득 수단에 순자산 규모는 평균 4억 3000만 원으로 상위 점수자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두 그룹 간에는 가계 근로소득에서 차이가 났다. 은퇴자신감이 낮은 그룹은 평균 570만 원,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평균 749만 원으로 30% 이상 차이가 났다. 사적연금의 준비에서도 괴리가 컸다. 은퇴 후 소득수단으로 퇴직연금을 보유 중인 비중은 은퇴자신감 점수가 4점 이하는 응답자 전체 평균(76%)보다 낮았지만, 은퇴자신감 점수 5점 이상 그룹은 평균을 웃돌았다. 개인연금 보유 역시 은퇴자신감 6점 이상은 전체 평균(64%)를 웃돌았지만 0~2점 그룹은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문제는 조사대상자의 53%가 노후 주 소득원을 국민연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대 수령액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자신감 4점 이하인 경우 응답자 전체 평균인 156만 원 보다 작았다. 9점과 10점의 최상위 그룹은 각각 179만 원, 192만 원이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재무적 요소가 은퇴자신감 형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면서 “은퇴 전 경제적 활동 시기에 기본적인 공·사적 연금 체계를 마련하고, 은퇴자산을 통해 다양한 소득 자산을 갖추며, 은퇴 초기와 같은 활동적 시기에는 근로활동을 지속해 근로소득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2 인생을 사는 확실한 방법 ‘재취업’
전문가들은 최소한 70세까지는 무조건 밖에 있을 것을 스스로 다짐하라고 한다. 퇴직이든 은퇴든 나이가 얼마이든 간 꾸준하고 활발하게 바깥에서 사회활동할 것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이런 마인드는 퇴직 혹은 은퇴 전부터 미리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된다. 갑자기 변한 환경에 녹아들어 자칫 방 구석에 처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재취업이다. 요즘은 인문강좌나 미술 요리 어학 등 유용한 강의가 많다. 나이가 찼다면, 자원봉사나 여가활동 단체 같은 동호회에 가입도 좋다. 생활에 여유가 있다면 친구들을 자주 만나거나 주변 지인들을 초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 이것이 네트워크가 되어 아주 먼 훗날까지 인생의 새로운 동지들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빠른 퇴직과 은퇴에 대비해 무엇보다 추천할 것은 재취업이다. 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일하는 게 정답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의 재취업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이 대학은 신중년 특화 과정과 여성 재취업 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생활 준비 및 인생 이모작을 희망 하는 중장년들에게 3~6개월 동안 전기시스템 제어 등 95개 과정을 가르친다. 2018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취업률이 58% 수준이라고 한다. 여성재취업 과정은 경력단절여성은 물론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들까지 대상으로 한다. 코딩 지도사 등 85개 과정을 운영중인데, 만 15세 이상 여성에 까지 기회를 준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 가운데 63%가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 ‘마인드 리셋’… ‘후회’ 보다는 ‘비우고 버리기’
아이러니하게도 은퇴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후회할 일을 너무 많이 해 왔다’는 것이다. ‘건강 관리 부실’이 그 가운데 가장 크지만, 자주 여행을 가지 못했던 것, 계획성 없이 너무 오랜 시간을 일하며 보낸 것, 가정살림이나 주거 계획을 좀더 치밀하게 세우지 못했던 것 등 의외로 많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이런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역으로 실천하면 된다.

세계적인 은퇴전문가인 데이브 휴즈는 ‘더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해 삶에서 버려야 할 것’ 네 가지를 제시해 공감을 부른 바 있다. 첫째는, 즐기지 않는 활동이다. 즐기지 못하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줄이거나 없애라고 조언한다. 둘째는,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의무 사항들이다. 그 역시 과감히 버리라고 말한다. 다음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다. 과감히 처분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함께 있으면 즐겁지 않은 사람들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긍정적이고 힘이 되는 사람을 사귀기에도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마지막 몰입>의 저자 짐 퀵은 간단한 루틴부터 100세 설계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식의 자기최면을 해 보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가능한 많이 말하는 게 강한 멘탈고 마인드를 유지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습관을 자신과 동일시함으로써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성공을 가져올 습관’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10년 플랜부터 3년 플랜, 1년 플랜, 한달 플랜, 한 주 플랜, 하루 플랜으로 짜 실천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 퇴직이든 은퇴든 부부간의 소통과 공감이 최우선
퇴직이나 은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의외로 부부간에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퇴직이든 은퇴든 배우자와 그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미리 정해 두라고 조언한다. 강제퇴직이 아니라면 퇴직 시기를 사전에 논의하고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은퇴의 경우 언제 할 것이지, 그에 대비해 어떻게 재테크를 할 것인가,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함께 숙고해야 함께 잘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개의 경우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퇴직 혹은 은퇴하는데 이 경우 더욱 각별한 부부 간의 대화와 공감이 필요하다. 데이브 휴즈는 이럴 경우,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고, 집안 일을 재협상해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소득 변화를 솔직히 얘기하라고 조언한다. 배우자 역시 은퇴자가 다음 계획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그가 은퇴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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