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병장수의 디딤돌 ‘디지털 치료제’

조진래 기자 2023-05-03 15:01:46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최근 노년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첨단 의료기술과 미래 ICT 기술을 융합해 인지행동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가능케 해 줌으로써 기존 노인 의료체계의 한계를 넘어설 혁신적인 ‘생활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알츠메디스(AlzMedis)’라는 치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케이비즈’의 권기철 대표로부터 ‘무병장수’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에 관해 들어본다. 


- 디지털 치료제(DTx)란 무엇인가.
“1세대 치료제인 저분자 화합물(알약이나 캡슐), 2세대 치료제인 생물제제(항체, 단백질, 세포)에 이은 3세대 치료제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 게임, 스마트폰 앱처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형태가 없는 소프트웨어 치료제를 말한다. 2010년 미국의 당뇨병 관리서비스 회사 웰닥(Welldoc)이 제2형 당뇨병을 관리하는 모바일 앱인 블루스타(Bluestar)를 서비스하면서 제품 홍보를 위해 디지털 치료제라는 명칭을 처음 썼다. 

질병 중에서 특히 신경계 질환, 심혈관 질환, 만성질환 등에 적용되면 치료 효과가 클 것이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실시간으로 환자 데이터를 수집, 관리, 저장할 수 있어서 환자 개인맞춤형 분석과 치료가 가능하고 개별 환자의 예후에 대한 장기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형태의 DTx를 일상에서 사용을 통해 개인의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치료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의약품에 비해 개발 및 제조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덜하고, 효과가 검증될 경우 보급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 왜 디지털 치료제가 중요한가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면 디지털 치료제 중요성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선, 치료와 치료 이외의 확장성이다. 이제까지는 주로 정신질환과 신경질환에 활용되었지만 현재는 만성질환과 심리장애 및 기타 질환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약물중독·자폐증·우울증 및 불면증·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및 공황장애·조현병·알츠하이머 및 치매·2형당뇨·암·심뇌혈관 질환·만성 폐쇄성 폐질환·근감소증·천식·통증 등까지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비만·금연 치료제도 개발되었다.

다음은 빠른 시장의 성장성이다. 현재 미국에서 치료제의 새로운 대안 분야로 급부상하면서 실제 의료 현장에서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임상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되고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직 마켓 리서치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1년 42억 달러 규모였다. 이후 매년 평균 31.4%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357억 달러, 한화로는 약 49조 553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번째는 산업적 측면에서 의학과 디지털과 관련 산업의 융복합으로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실제 세상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통신, 제약, 보험, 포털, 헬스케어, 빅테크, 의료기기 등 수많은 부분과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 디지털 치료제가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기술과 ICT의 융합은 새로운 의료기계를 사용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하고 치료를 보조한다는 개념을 넘어 ‘디지털은 곧 치료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 의료체계가 가진 여러 장벽을 허물고 더 많은 환자에게 더 쉽고 빠르게 그리고 더 저렴한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류의 평균 수명도 크게 늘어났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최고의 관심사가 된 것에 발 맞춰 헬스케어 산업도 인공지능(AI)과 게임, 가상현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만성 질환과 퇴행성 질환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의료가 집중 조명되면서, 의료 분야 디지털 전환의 가속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일상생활 쉽게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자신의 병을 치료 및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가 자연스럽게 큰 주목받으며 신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의료의 질 향상과 의료비 절감 측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최근 치매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꿈을 무참히 짓밟는 여러 질병 가운데 중장년층의 두려움 영 순위 질환이 ‘치매’다.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삶의 질까지 영향을 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치매 환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로 내원한 환자 수는 2016년 42만 명에서 2020년 56만 명으로 약 33% 증가했다.

현재 한국의 5대 사망 원인을 보면 여성은 악성신생물(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알츠하이머(치매) 순이다. 이 가운데 치매는 2019년과 비교해 무려 50배나 증가했다. 코로나 펜데믹도 치매 환자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디지털 치매’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잘 외우지 못하거나 단순한 암산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나며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가 결합되어 ‘영츠하이머’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 치매 치료는 불가능한가
“치매의 치료는 현재까지는 완전한 것은 없다. 2003년 이후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는 없었으며, 신약개발 성공률은 0.4%에 불과한 수준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는 평균 57억 달러가 든다. 항암제 개발비의 약 7배, 일반 신약의 약 2배 크다. 현재까지 질환치료제의 성공률은 0%다. 하지만 현재 121개의 물질이 136건의 임상을 통해 이 0%에 도전하고 있다.

2018년 얀센이 개발하던 치료제가 간독성으로 임상 2상 및 2·3상 시험을 중단했고,  2019년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을 중단했다. 2019년 노바티스와 암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임상 2·3상 시험을 중단했다.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이 공동 개발한 바피네주맙와 릴리의 솔라네주맙 등도 2020년 초 임상 3상에서 중단됐다. 몇 해 전에 ‘아두카누맙’ (Aducanumab)이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임상 4상을 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으로 반쪽 짜리 승인이었고, 한국과 유럽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이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퇴행성 치매의 경우 아직 질병을 완전히 치료하는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치매의 경우에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치매의 진행을 늦춰서 치매 환자가 더 좋은 기능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늘리게 된다.” 


- 디지털 치매 치료제가 대안이 될 수 있나.
“치매 진료비는 2018년 1조 8800억 원에서 2020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디지털을 이용한 의료기기와 의료행위를 통해 치매를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디지털 치매 치료제 시장은 1세대의 경우 AI를 활용한 ‘정밀진단’에 초점을 맞춰져 있고, 2세대는 게임이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등을 활용한 ‘치료’가 핵심이다.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의 초기 증상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공간 기억력에서 가장 먼저 변화가 온다. 그 변화를 일찍 알아낼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치매를 좀 더 빨리 진단할 수 있다. VR과 AR을 이용하면 실생활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고 그런 조건에서 기억력과 공간감각 등 인지기능을 평가하면, 짧은 시간에 덜 힘들게 검사할 수 있으며 비용도 적게 들고 더 정확하게 초기 치매 진단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VR과 AR이 가진 기술적 한계다. 하드웨어 기술이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VR의 경우 사용시 겪게되는 심각한 어지러움 등이 있어 5분 이상 사용하기 힘들다. 콘텐츠도 문제다. 현재 안전한 앱을 이용한 인지력 향상 프로그램의 경우 너무 단조로운 기능으로 인해 재 복용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 케이비즈의 디지털 치료제에 관해 소개해 달라.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18년 10.2%에서 2030년 10.6%, 2040년 12.7%, 2050년 16.1%로 갈수록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정상 노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5.7배나 높았다. 치매 치료는 핵심은 치매를 치료하는 것이 아닌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뇌를 자극하는 손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인지력을 개선하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등 종합적인 방식이 동원되야 한다.

현재 한국의 치매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은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요양시설 확대와 치료제 개발에 치우쳐 있다. 대표적인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2012년부터 10년째 가동하고 있는 ‘핑거(FINGER)’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치매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다.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더니 치매 발병이 3년 이상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핑거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컴퓨터를 활용한 인지 훈련,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근육 운동, 저지방 식단 위주의 식이요법,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 어린이집·학교·박물관 방문 등 사회적 교류 활동 등이다. 케이비즈는 이 다섯 가지 요소를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는 메타버스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케이비즈가 개발한 ‘AlzMedis’는 VR이나 AR 기기를 쓰지않고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만 있으면, 바로 켜서 쉽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손가락과 몸의 움직임 그리고 얼굴 근육을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인지장애 등 치매 전조 현상을 진단하도록 했다. 자체 연구 결과, 초기 치매 환자를 90%의 정확도로 스크리닝 하는데 성공했다. 보건소 등에서 시행하는 KMMSE(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보다 더 정밀하고 정확하다. 현재 국내외 주요 병원 및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등과 손잡고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FDA 승인 절차도 추진 중이다.” 

- 그동안 디지털 치료제가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IT기술과 의료 기술, 그리고 콘텐츠 기술이 제대로 결합된 제품이 나오지 않아서 이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 기술을 살펴보면 뭔가 조화가 빠진 것을 발견하게된다. 의료진이 주력으로 참여하게 되면 IT 기술과 콘텐츠 기술의 부족함이 나타나고, IT 개발자가 주력으로 참여하게 되면 의료적인 효과와 콘텐츠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IT 기술의 깊이도 문제다. 흔히 메타버스의 기술이라고 생각되는 VR 및 AR 등의 기술로는 시공간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지만, 문제는 하드웨어의 안전성과 사용성에 치명적이다.

뿐만 아니라 줌의 기능을 뛰어넘는 3D와 통신의 연결을 비롯해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기술 등 기존 디지털 치료제가 지녔던 IT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상상력의 한계가 있다. 여기에 단조로움을 뛰어넘어 중독과 성취라는 콘텐츠 본연의 기능에도 부족해 사용자의 지속적 사용이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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