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장년의 어설픈 ‘성인지감수성’이 큰 피해 부른다

조진래 기자 2023-05-16 14:47:17
신입사원에게 “나이 많은 직원과 잘 맞을 것 같으니 사귀어 보라”고 농담한 직장 상사에게 ‘직장 내 성희롱’이라며 위자료 300만 원을 판결한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이 화제다.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웃자는 얘기”라며 농을 계속하다간 어떻게 되는 지를 보여준 판례다. 그만큼 아직도 중·장년의 ‘성인지 감수성’은 여물지 않았다는 얘기다. 


◇ 무엇이 ‘성희롱’ 인지 개념부터 바로 알아야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을 모두 싸잡아 ‘성폭력’이라고 한다. 성과 관련된 육체적 정신적 폭력행위 일체를 말한다. 이 가운데 성 희롱의 개념이 가장 모호하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처럼 물리적 힘이 가세된 경우가 아닌 경우가 많아 자의적 판단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성희롱의 사전적 의미는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언어적인 행위는 물론 시각적 행위도 성희롱에 포함된다. 정도가 과하면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 

문제는 어디 까지가 성희롱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오랜 직장이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그 전에는 그저 넘어갔을 법한 행동이나 표현이 요즘은 범죄 행위가 되곤 한다. 법원 판례가 그렇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되면 매우 포괄적으로 성 범죄로 판단한다. 

나이든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제는 할아버지 뻘 되는 어른이 어린 아이의 볼을 만진다거나 뽀뽀, 심지어 손가락으로 몸을 찌르는 행위도 성 추행으로 간주해 징역형을 부과하는 시대다. 하물며 어리거나 젊은 이성을 상대로 성적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은 포괄적인 성희롱의 범주에 포함되어 어려운 처지가 빠지게 만들 수 있다.

◇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예의를 지켜야
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한다. 부부 사이라도 이 원칙은 법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된다. 아내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관계를 맺을 경우 ‘강간죄’가 성립되는 것이 요즘 법 정신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 상담 건수가 매년 늘어 요즘은 1000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90% 이상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의 90% 이상이 남성이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90%에 이른다. 성희롱은 2020년의 경우 전체 상담 건수의 14% 정도 수준이었으나 요즘은 왠만하면 곧바로 소송에 들러가는 추세다.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면 법적 처리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회식 같은 술 자리에서 적지 않은 성희롱 혹은 성 추행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직장 내 성폭력은 ‘성폭력 특례법’으로 처벌되는 중대 범죄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과 행동에서 예의를 지켜야 이런 험한 꼴을 당하지 않는다. 

사회의 어른이 되는 직장 상사의 성적 언동은 지위를 이용한 ‘위계’일 수 있다. 조직 내 권력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약자들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당할 재간이 없을 것이라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위계에 의한 부당한 압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성 문제에 임하는 사회 혹은 조적 어른들의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되는 때이다.

조진래·이의현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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