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점증하는 ‘황혼 재혼’… 리스크 없이 새로운 행복을 찾으려면

조진래 기자 2023-05-16 14:56:37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임박하면서 ‘늦은 새 출발’이 꾸준히 늘고 있다. 60세가 넘어 이뤄지는 ‘황혼이혼’은 2021년까지 계속 늘다가 지난해 소폭 감소한 것과 달리 노년의 ‘황혼 재혼’ 증가세는 여전하다. 황혼 재혼이 늘어나는 것은 노년층 인구의 꾸준히 증가와 사회적 인식 변화 덕분이다.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고 황혼기 새로운 행복을 찾는 황혼재혼. 그러나 리스크도 적지 않아 신중하고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 꾸준히 늘어나는 황혼 재혼
최근 젊은 층의 혼인 건수는 계속 줄고 황혼 이혼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9만 3000건으로 1년 전에 비해 8000건이나 줄며 3년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60세 이상의 황혼 이혼은 2021년까지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 건수도 지난해의 경우 19만 2000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0.4%) 줄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처음으로 발표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치다.

반면에 ‘황혼 재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60세 이상 남성 혼인 건수는 7221건으로 전년 대비 6.3%(431건) 증가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로 함께 사는 사실혼 부부들까지 감안하면 실제 황혼재혼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 추세와 함게 늦은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덕분이다. 60대 이상 인구가 2022년 현재 1098만 명으로 20년 전에 비해 2배나 증가한데다 최근 들어 노년 재혼에 관해 관대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나이 60~70까지도 결혼 가능 연령대로 생각하는데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있는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혼 재혼이 노년의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해소해 준다는 점은 공감되는 부분이다. 한국노인의 전화에 따르면 황혼 재혼자들의 73% 가량은 ‘고독감’ 때문에 재혼을 선택한다. ‘사랑해서’ 선택하는 경우는 5%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야 할 것이, 고령자 재혼의 경우 ‘사실혼’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혼 노인 중 많아야 30% 정도만이 법률혼 관계다.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이해관계 때문이란다. 이것이 나중에 또 다른 불씨가 되기도 한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사실혼 지속기간이 평균 5년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팩트’다. 사실혼 배우자는 동거인이 사망할 때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지 못한다. 해외에선 일부 보완책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이다.

◇ 재혼 상대 다시 고를 때는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봐야
한번 결혼을 해 본 사람들은 두번째, 혹은 세 번째 배우자를 선택할 때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전의 실수 혹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서 결별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배우자에게 그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비교 대상을 전 배우자로 삼는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가 최근 전국 (황혼)재혼 희망 돌싱 남녀 518명(남녀 각 259명)을 대상으로 ‘재혼 상대를 고르는 기준’을 설문 조사한 결과,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재혼 상대를 고를 때 전 배우자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도 대부분 재혼 희망자들은 “이전 배우자의 출신 지역이나 성격 탓에 힘들었다”며 자신보다 남 탓을 더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 출신 여성과 결혼했다가 드센 성격 때문에 힘들었다든가, 전 남편이 너무 과묵한 성격이라 늘 대화에 벽을 느꼈다든가 하는 식이다. 많은 경우 상대의 흠결을 자신의 그것보다 훨씬 크게 생각하고, 그것이 이혼의 절대적 사유였던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초혼 실패의 원인을 남 탓으로만 돌렸다가는 재혼 역시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나이도 들만큼 들었으니 남의 단점 보다는 나의 단점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남의 장점을 더 생각하고 칭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온리-유 측도 “재혼을 희망 하는 남녀 모두 전 배우자의 단점을 나열하는 사례가 많지만, 전 배우자의 단점을 피해 간다고 해서 원만한 결혼생활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본인과의 조화 등에 유의하여 배우자감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혼하더라도 조심해야 할 것 들 많아
온리-유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최근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 남녀 512명(남녀 각각 2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황혼 재혼 후 서로가 살면서 주의해야 할 것 들을 알려준다. 이혼한 부부의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돌봄 등의 문제가 가장 서로에게 신경 쓰이는 일로 지목되어, 이들 부분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실제로 재혼 후 배우자의 눈치를 보는 경우를 묻는 질문에 남성의 39%가 ‘친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들었고, 여성의 37%는 ‘친 손주 돌봐줄 때’를 꼽았다. 남녀 모두 2위는 ‘친 자녀 뒷바라지’였다. 3위와 4위는 남성의 경우 ‘친 자녀와의 만남’과 ‘친 손주 돌봐줄 때’, 여성은 ‘친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친 자녀와의 만남’을 들었다.

재혼 후 분위기가 어색해질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남성이 ‘전 배우자 부르던 호칭 사용’(35.2%)을 든 반면 여성은 ‘본인 자녀와 배우자 자녀의 이름 혼동’(31.3%)을 꼽았다. 새로운 부부의 연을 만들었지만 과거에 대한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말에 그만큼 더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는 반증이다. 이어 남성은 ‘전 배우자의 장점 언급’(28.1%), ‘본인 자녀와 배우자 자녀의 이름 혼동’(20.3%)이 뒤를 이었고, 여성은 ‘전 배우자 부르던 호칭 사용’(27.7%), ‘전 배우자의 장점 언급’(24.2%)의 순이었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반려자와 함께 평생 행복한 삶을 지키기 위한 10가지 기술’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황혼재혼 부부들의 경우 ‘비교하지 않기’, ‘걷고 명상하며 여행하기’,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하고 비움 채우기’ 등이 필요한 덕목으로 지목된다.

◇ ‘재혼 상속’ 문제도 간과해선 안돼
법적인 재혼 후 부자관계를 형성한 자녀들은 모두 상속인의 지위를 갖게 된다. 양자나 이성동복의 형제 모두 같다. 따라서 황혼 재혼 부부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면 민법 상 새로운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1순위 상속권을 갖는다. 상속권자가 여러 명인 경우 각자 1대 1(배우자의 경우 1.5배 가산)의 비율로 상속재산을 나누게 된다.

재혼가정에서도 상속재산분할 소송이나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모두 똑같이 가능하다. 소송 진행 전에 가족들의 상속인 지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한 부부에게서 낳은 자녀와의 관계, 황혼재혼 이후 혼인신고 여부 등을 법리적으로 검토하는 게 순서다. 기타 절차는 재혼가정 내 상속분쟁에서도 똑같다.

경우에 따라선 피상속인 지위를 가진 자녀 등이 재산을 특정인에게 상속해 주는 것을 반대할 수도 있다. 자칫 특정 상속인에게만 생전증여나 유증을 할 경우 나중에 상속인 간 분쟁이 발생할 것이 확실한 만큼, 사후 상속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부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법적 부부가 아닌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 상속인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혼재혼이라도 확실히 혼인신고를 해야 하고, 그런 사실을 자녀 등에게 분명히 알리는 것이 좋다. 사랑으로 만나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며 헌신했는데, 법적인 배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상속도 받지 못하고 노년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진래·이의현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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